단상 또는 수필

비움과 채움의 패러다임

신타나 2025. 2. 18. 22:21

비움과 채움의 패러다임


마음을 비운다는 것! 나에게는 오랜 세월 동안 풀리지 않는 화두였다. 무슨 뜻인지 알아듣기 어려웠다. 마음이라는 게 무슨 그릇처럼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더군다나 그것을 비운다니? 참으로 난감한 이 의문이 어느 날 메일로 온 글을 읽다가 문득 화두가 타파되듯 느낌으로 다가왔다.
저마다 자기 마음 안에 있는
'탐욕과 미움과 불의함을 끊임없이 비워 가야겠다고 마음을 다지는 것',
이것이 바로 비우지 못한 마음이다. 언뜻 생각하면 이율배반적인 말 같지만, 내가 무얼 하겠다고 마음먹는 것! 이게 바로 채움이고 그러한 겉마음을 내면의식으로 바꾸는 게 다름 아닌 비움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의식적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단 말인가?

그건 아니다. 우리는 매 순간 무언가를 선택해야만 하는 운명이다. 자신의 선택이 사랑과 배려와 정의이든, 아니면 그와는 다른 무엇이든 간에 말이다. 그리고 선택을 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그 길로 가고 있음이다. 굳이 자기가 선택한 길을 가겠다고 의식적으로 마음먹고 애써 행동하지 않아도 이미 그 길로 들어선 것이다.
선택했으면 의식적인 마음은 비워라. 선택한 것을 자기 스스로 이루어내겠다고 마음먹는 것. 어처구니없게도 이게 바로 탐욕이다. 표면의식에서는 마음을 비운 채, 의식을 내면의식으로 바꾸면 (또는 내면으로 옮기면) 바라는 바가 저절로 이루어진다. 그 선택이 정의로우며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랑 가득한 일이라는 느낌이, 자기 마음 안에 스스로 충만하다면 말이다. 마음이 스스로 충만할 때 우리는 삶에서 비바람이 몰아쳐도, 자신이 선택한 길을 앞만 보며 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러한 힘과 함께 자신의 느낌을 따라가다 보면 소망은 어느새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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