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 영혼의 목표는 그 모든 것을 체험하는 것이다. 그 모든 것이 될 수 있도록▷ 영혼이 추구하는 것은 네가 상상할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고귀한 사랑의 느낌이다. 바로 이것이 영혼의 바람이다. 바로 이것이 영혼의 목표다. 영혼은 그 느낌을 추구한다. 지식이 아니라 느낌을. 지식은 이미 갖고 있지만, 지식은 개념에 불과하다. 느낌은 체험이다. 영혼은 자.. 신과 나눈 이야기 & 람타 2018.11.08
늑대 / 김성수 늑대 / 김성수(金聖秀) 네 성껏 욕해다오 나는 가난한 네 목덜미를 움켜 핏줄기 솟구칠 때에도 너를 동정하지 않았다 나는 네게로 피에 주린 이빨을 세워 바람처럼 달려갔다 네 고통과 죽음 그런 높은 생각들엔 일말의 관심도 없었다 다만 길들여지지 않는 본능으로 척박한 이 땅에 침엽(針葉)처럼 살아내야 했을 뿐 그러나 가끔씩 서러움이 눈발처럼 쏟아지는 밤 네 피로 물든 툰드라 언덕에 비명같이 달빛 번지는 밤 싸늘한 한기 등줄 적시고 내가 삼킨 이름들이 무서리로 짖눌러 내리는 밤 어찌하지 나는... 먼 하늘 고개 젖혀 우-우- 몰수이 울어야 하는 이 밤... 내가 좋아하는 시 2018.10.07
신년 아침의 태양 신년 아침의 태양 / 김신타 빛나는 하늘가 구름 한 점 없고 욕실에서 나온 태양 눈에 부시다. 위풍당당 찬 바람을 밤마다 연모(戀慕)하던 냇물은, 흰 종이 해지도록 고쳐 쓴 편지 냇가 곳곳에 걸어 놓았다. 겨울임에도 여전히 사랑은 열정(熱情)으로 가득하며 화사하게 꾸민 태양 다정스레 웃음 짓고, 의미 있는 눈짓하며 창문(窓門) 열고 들어오면 내 가슴엔 희망이 넘쳐흐르고 내 마음엔 사랑이 불타오른다. 계간지 [시와 창작] 2005년 봄호 발표작 (詩, 수필) 2017.01.06
다슬기탕 다슬기탕 / 김신타 느티나무 그늘진 아래 화분마다 쌓인 화석들 한때는 몸이었던 패각 한동안 집이었을 공간 안으로 꿈을 살찌우던 청동빛 핏물 우러나는 어느 시대 민초이기에 저토록 짙푸른 생인가 황산강 임경대보다 먼 세월이 담겨있을 눈물 *황산강 - 신라 시대 고운 최치원 선생이 이름 지었다는 임경대 옆을 지나 흐르는 낙동강의 별칭 (경남 양산시 원동면 소재) ㅡ 2015년 '민들레 문학' 상재 ㅡ 발표작 (詩, 수필) 2016.12.18
구례 사성암 구례 사성암 신타 여우비 지나가던 날 온 세상 땅거미 지고 빗소리마저 드리울 때 가던 발걸음 되돌릴까도 싶었던 사성암 돌아 오산 오르는 길 무엇을 빌고자 함이 아니거늘 거인 다리 유리광전* 부처가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단다 바람은 스스로 부는 것 암벽 오르는 바람에도 나는 지금 내 앞에 있는 것에 감사하고자 했다 말없이 빛나는 섬진강 굽이 바라보며 사성암 바위 품은 가슴이고자 했고 강 건너 흰 구름 벗 삼아 노니는 지리산 닮은 속내이고자 했다 *유리광전(琉璃光殿) - 약사전(藥師殿)의 다른 이름 신작 詩 2016.12.17
사랑은 늘 그대로이다 사랑은 늘 그대로이다 김석기 비 내리는 가을 벚꽃과 사랑 사람으로 넘쳐나던 봄의 빈자리에 시가 열매처럼 열린다 가을비는 승용차 양철 지붕을 두드리고 가로등은 산길을 비추는데 봄의 틈에 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유혹, 주차할 곳도 없는 곳을 비집고 들어오던 환상, 모두.. 신작 詩 2016.10.10
첫사랑 / 신미나 첫사랑 / 신미나 큰물 지고 내천에 젖이 불면 간질간질 이빨 가는 어린 조약돌 몇 개 씻어 주머니에 넣고 가지요 상냥하게 종알거리고 싶어 나는 자꾸만 물새 알처럼 동그래지고 그 어깨의 곡선을 이기지 못하겠어요, 라고 쓰고 싶은 신미나 시집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시 2016.09.21
향기 향기 / 김신타 자줏빛 소국 짙은 향기는 어디에서 머물다 가을날 홀연 꽃처럼 찾아오는가 보이지 않는 향기 그대는 어디에서 태어나 내 앞에 문득 꽃으로 피어나는가 겹겹이 울려 퍼지는 여운 그대는, 어디에서 이토록 꽃향기 되어 아름다운가 (2016, 서울시 지하철 게시 시공모 당선, '김신타'로 개명하기 전 '김석기' 이름으로 당선됨) 발표작 (詩, 수필) 2016.09.20
뻐꾸기 뻐꾸기 김석기 창원 동서식품에서 팔용산 숲길 오르다 뻐꾸기 우는 소리에 문태준 시인의 시 '가재미'를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뻐꾸기는 소리로 기쁨을 울고 나는 눈물로 슬픔을 웃는다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처럼 가난한 내 마음이 뻐꾸기 소리 돋는 오솔길에서 국수처럼 가늘은 몇 가닥 시구에 호젓한 눈물 지음은 영혼의 기쁨이 아니고 그 무엇이랴 * 2연은 문태준 시인의 시 '가재미' 부분 전재 신작 詩 2015.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