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아파트엔 이따금씩 바퀴벌레가 나타나는데 거실은 물론이고 어느 땐 욕실에도 한 번씩 기어 다녀 눈에 띄는 즉시 바퀴벌레를 잡아 죽이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한밤중에 소변 보기 위하여 욕실로 간 나는 불을 켜고 욕실 문을 여는 순간 혹시 눈에 띌지도 모를 바퀴벌레가 사랑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눈에 띄면 잡아 죽여 버릴 바퀴벌레에 사랑스러운 생각이 든 것이다.
"그 어린 쑥을 하나씩 도려내는 전율을, 그 싱그러운 기쁨을 모르는 자와는 인생을 논할 수 없다.《행복한 동행 2011년 3월호》"는 김서령님의 글에서
김서령님의 '어린 쑥을 하나씩 도려내는 전율'과 내가 느꼈던 '바퀴벌레에 대한 사랑스러움'은 같은 것이 아닐는지..
우리의 몸, 마음은 몸, 마음에 해롭거나 필요한 것들을 잡아 죽이고 도려낼지라도 영혼은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이며 기쁨의 전율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