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詩, 수필)

생명 3

무아 신타 (無我 神陀) 2013. 5. 10. 20:42

 

 

생명 3

 

김석기

 

 

죽음이란 생명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생명을 담고 있던 그릇이거나 생명을
감싸고 있던 옷이 닳는 것임을 안다면
지금처럼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슬퍼하지는 않으리라
살갗에서 각질이 떨어져 나간다고
노폐물이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고
누가 슬퍼한단 말인가

과일의 씨앗에 배어 있는 생명 또는
자궁 속 태아에 들어 있는 생명일지라도
큰 나무이거나 어미의 생명과 다르지 않음이니
우리가 다시
태아의 생명이 된다 한 들 무엇이 두려우랴

도자기 안에서
그림 안에서
예술가의 혼으로 빚은 생명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재산이거나 허영인 것처럼
움직이는 몸이 곧 생명이 아닌
몸 안에 생명이 살아있음을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는 한낱
도시에 사는 야생동물일 뿐이다

 

 

- 2013년 홀씨 제 14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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