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목발
김석기
내가 진정 당신을 사랑한다면,
나 말고 다른 이를 사랑한다 해도
내가 어찌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것이며
당신이 사랑하는 이를
내가 어찌 사랑하지 못할 것인가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우리가
다른 사랑을 사랑하는 게 무슨 상관이랴
아니
또 다른 사랑을 사랑하지 못하는
그가 바로 당신과 나라면 우리가
무엇으로 사랑을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해 감정의 꽃봉오리 열고 접는 것이거늘
사랑의 감정 드러내지 않으려 애써
도덕의 벽 쌓아야 하고
흔들리는 갈대 붙들어 매고자
윤리의 고춧대 세워야 하는가
혼자 걸을 수 있다면
목발은 이제 집어치워라
믿음의 대지 위에
관념의 뿌리 깊게 내린 채
봄처럼 사랑의 꽃 활짝 피우자
결실의 향기 가을처럼 높이 날리자
뿌리가 어찌 자신을 위해 뿌리 내리고
가지가 어찌 자신을 위해 가지 뻗으며
꽃이 어찌 저 자신을 위해 꽃을 피우랴
사랑의 향기 날리고자
여름 보내고
겨울 견디는 것을
- 2013년 7월호 월간 <문학바탕>
- 2013년 홀씨 제 14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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