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詩, 수필)

사랑의 목발

신타나몽해 2013. 6. 20. 03:49

 

사랑의 목발

 

김석기

 

 

내가 진정 당신을 사랑한다면,

나 말고 다른 이를 사랑한다 해도

내가 어찌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것이며

당신이 사랑하는 이를

내가 어찌 사랑하지 못할 것인가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우리가

다른 사랑을 사랑하는 게 무슨 상관이랴

아니

또 다른 사랑을 사랑하지 못하는

그가 바로 당신과 나라면 우리가

무엇으로 사랑을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해 감정의 꽃봉오리 열고 접는 것이거늘

사랑의 감정 드러내지 않으려 애써

도덕의 벽 쌓아야 하고

흔들리는 갈대 붙들어 매고자

윤리의 고춧대 세워야 하는가

 

혼자 걸을 수 있다면

목발은 이제 집어치워라

믿음의 대지 위에

관념의 뿌리 깊게 내린 채

봄처럼 사랑의 꽃 활짝 피우자

결실의 향기 가을처럼 높이 날리자

 

뿌리가 어찌 자신을 위해 뿌리 내리고

가지가 어찌 자신을 위해 가지 뻗으며

꽃이 어찌 저 자신을 위해 꽃을 피우랴

사랑의 향기 날리고자

여름 보내고

겨울 견디는 것을

 

 

- 2013년 7월호 월간 <문학바탕>

- 2013년 홀씨 제 14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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