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가신 날
신타
터미널에서 배웅하고는
터벅터벅 걷는 남원 요천길
예년에 비해 때 이른 삼월 말
활짝 핀 벚꽃길 걷다가
승월교 사랑의 다리 지나
집으로 돌아오는데 문득
시원한 느낌은 무엇일까
못 만나 안달할 때는 언제고
가니까 시원한 느낌이라니
3일째까지는 뜨거운 열정
지나서는 식어가는 것일까
둘이 있어 좋은 시간 잠깐이고
혼자 지내는 게 몸에 익은 걸까
나 홀로 이런저런 생각 해본다
넝쿨 채 굴러온 복 발로 차는
어리석은 배부름은 아닐지
다시 만나기 어려운 친구
이대로 놓쳐버리는 건 아닌지
아니면 모두가 내게 좋은 일일지
알 수 없는 하루가 지나고 있다
그녀가 머물다 떠나간 날에
1박 2일이나 3박 4일 아닌
2박 3일이 적당한 것 같다
예전엔 한 달이고 두 달이고
그녀가 머문다고만 하면
더 바랄 것 없었지만
이젠 붙어있는 벽이 아니라
기둥으로 서 있고 싶은 게다
현악기처럼 조금은 서로 떨어져
아름다운 화음을 내고 싶은 게다
몸으로의 사랑도 중요하지만
마음으로 통하는 것도 중요함을
이제 깨달은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마주치는 손뼉도 다정스럽지만
손 흔드는 것도 사랑의 손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