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나를 설거지하다

신타나 2021. 4. 8. 01:20



나를 설거지하다

신타


국수 삶으려고 고개 돌리자
좁은 싱크대에
창고처럼 쌓인 설거지 그릇

순간 "고맙습니다"라는 소리와 함께
나를 설거지하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날 법한 짜증이나
하기 싫다는 마음도 일지 않는
그야말로 함이 없는 함이다

내가,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일지 않는 채
좁은 곳에서 밀린 설거지
어렵지만 어렵지 않게 해치웠다

예전의 내 모습 아니기에
신기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굳이 알고 싶지도 않았다
이렇게 되기도 하는 거겠지

아무런 생각이 없다
모든 일이 나를 위해서
알아서 일어나겠지 하는
어처구니없는 생각 외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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