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신타
평소 안 가겠다 되뇌시더니
결국 요양병원에서 나오신 어머니
유치원 데려간 첫날
떨어지지 않으려 울던 딸아이 같다
요양병원이 없던 시절,
부부 외출할 때나 출근할 때
문간방 안쪽 문고리에 아기 되어 버린
어머니 손목 묶어두고 나갔다가
빈집에 갇혀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돌아와 문 앞에서 수많은 가슴
쓸어내렸다는 어느 시인은
시로써 제 마음을 위로한다
하루 종일 이 세상을 혼자 견딘
빨갛게 부어 있는 손목
매듭 풀며 자장가 불러드렸단다
아가 아가 우리 아가 자장자장 우리 아가*
멀리 떨어져 산다는 핑계로
어머니 근황도 잊고 지내다가
위독하시니 와보라는 전화에
황망히 달려간 어느 늦은 밤
산소호흡기는 입안에 꽂혀있고
눈을 감은 채 미동도 없으시다
못난 아들 왔다며 손 잡아 드리니
손가락에 의식 남아있는 듯하다
병간호하던 누나와 동생 대신
나 혼자 남은 그날 밤 어머니는
심전도 모니터에 수평선을 그으셨다
기대에 못 미치는 자식이었지만
그래도 내가 어머니 임종했다는
사실로 위안 삼았던 지난 세월
이제 와서 보니 내 마음 하나
편히 살아보자는 몸짓이었다
남에게 내세울 게 있어서 당당한
내세울 게 없을 땐 기가 죽은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이
이제사 눈에 들어와 박힌다
잣대가 내 안에 있지 아니하며
타인의 잣대로 재단하면서도
내 안에 있다는 착각으로 살아온
어리석고도 사랑스러운 나는
* 이시영 시인, 「어머니 생각」 부분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