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음의 없음, 없음의 있음
불교 반야심경에 나오는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이라는 표현을 이제는 '있음의 없음, 없음의 있음'으로 바꾸어 표현하고 싶다. 똑같이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한자로 된 문장을 한글로 다시 바꾸어 해석해야 하는 부담은 덜 수 있을 것이다.
있음의 없음과 없음의 있음!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기에 한자보다 오히려 더 어렵고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천천히 음미해 보라. 우리는 지금까지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다'라는 고정관념에 젖어 생활해왔을 뿐이다.
그러나 감각되는 유형의 것들은 모두가 변하고 언젠가는 모습조차 사라진다. 이게 바로 '있음의 없음'이다. 또한 없다는 것의 개념을, 없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는데 이를 다시 생각해보면, 없다는 것 즉 '없음'이라는 게 있다는 얘기 아닌가? '없음'이라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지만, 아무것도 없는 그 '없음' 자체는 있다는 뜻 아닌가?
그래서 '없음'이 있다는 것이고 이게 바로 '없음의 있음'이다. 만약에 '없음'이 정말 아무것도 없는 것이라면 말 즉 단어도 개념도 없어야 하지만, 우리는 분명히 '없음'이라는 개념을 갖고 있으며 이를 사용하고 있다. 고로 있음이 곧 없음이고 없음 또한 있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