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또는 수필

쎔쎔 (또는 쌤쌤)

신타나몽해 2024. 3. 8. 00:50

쎔쎔 (또는 쌤쌤)


결국 "서로 같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으며, 영어 same same에서 유래된 단어이다. 이 '쎔쎔'이라는 단어가 요즈음 나에게 정신적인 편안함을 가져다준다. 살다 보면 다른 사람에게 감사한 일도 더러 생각나지만, 그보다는 불편했던 일, 괘씸한 일 등이 머릿속에 더 자주 떠오른다. 그때마다 상대방의 모습이 연이어 떠오르며, 그에 대한 기분 나빴던 생각 또는 괘씸한 마음이 더 깊어지곤 한다.

그러나 이는 결국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일일 뿐이다. 해서 나는 60 중반이 넘은 나이가 되어 이제서야 마음속으로 쎔쎔을 외치게 되었다. 그가 내게 잘못한 일이 있다면 다른 때에는 그가 내게 잘한 일도 있을 것이니 쎔쎔이며, 또는 그만이 내게 잘못한 경우가 있는 게 아니라, 나도 그에게 잘못한 일이 있을 터이니 쎔쎔이다. 설령 내가 그에게는 잘못한 일이 없다고 해도 다른 사람에게는 잘못한 일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 역시 쎔쎔이다.

오래전 일이 문득 떠오르면서 자녀의 행동이 괘씸한 경우가 있고 형제간에도 그런 생각이 가끔씩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제는 불편했던 일, 괘씸했던 일들이 떠오르면, 그 모든 게 다 '쎔쎔이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생각할 때 자연적으로 상대방에 대해서나 나 자신 안에서나 기분 나쁜 감정에서 벗어나 가벼운 마음 상태가 된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 오늘도 스스로 '쎔쎔'을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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