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오점수
"나라는 게 따로 있지 않다."는 깨달음이 시작이며, 전체이자 절대와 함께함을 깨닫는 게 끝이다. 바꿔 말한다면 전자인 공 체험은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바대로의 나라는 게 있지 않다는 깨달음이며, 후자인 합일 체험은 나라는 개인이 없음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내가 곧 전체이자 절대인 존재 즉 신 안에서 하나임을 깨달아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공 체험 즉 견성은 한 번으로 족하지만, 합일 체험 즉 해탈에는 끝이 없다. 견성이란 한 번이면 되기에 초견성 또는 돈오라고 표현할 수 있지만, 해탈이란 끝없이 반복되기에 점수일 수밖에 없다. 견성을 단 한 번의 고산 등정에 성공하는 것이라고 비유한다면, 해탈은 산에서 내려와 물에 들어간 백조(고니)가, 겉으로 볼 때는 우아하게 떠있지만 속으로는 열심히 물갈퀴질을 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다.
전체이자 절대인 존재 즉 신과 함께하고자 한다면 멈추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신이라는 존재 역시 진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몸에 체득된 느낌이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희미해지기 마련인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가 평생 몸과 함께해야 한다는 제약 때문에, 합일 체험이 자칫 몸의 감각에 도로 매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신과의 합일 체험을 계속해서 되새겨야 하며, 이게 바로 돈오 이후에 점수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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