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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꽃 핀 날

살구꽃 핀 날 / 김신타 가로등 환한 불빛 아래 길을 나서다가 집 앞에 살구꽃 피었다고 전화합니다 함께할 수 없는 그대에게 안부를 전합니다 삼월 중순의 봄밤 어둠의 고요와 함께 천변길 걷습니다 어쩌면 그대와 내가 함께 걷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전화할 수 있는 그대가 있는 것만으로도 밤중에도 얘기 나눌 수 있는 그대가 거기 있는 것만으로도 나의 365일은 날마다 살구꽃 활짝 핀 봄날입니다

신작 詩 2023.03.30

차창 밖 세상

차창 밖 세상 / 김신타 바로 코 앞에 닥친 일을 멀리서 바라볼 때처럼 대할 수 있을까 스쳐 지나가면서 보이는 풍경 멈추어 서 있을 때에도 똑같이 보일까 너무나도 멀리 있는 듯한 당신 내 안에 있음을 나는 믿을 수 있을까 시각과 청각 등 오감이 없다면 세상도 현실도 있을 수 없음을, 지구를 포함한 우주란 오감의 산물이며 오감에 의해 창조된 세상임을 나는 이제 안다 오감 안에서는 모든 게 현실이지만 오감을 벗어나면 아무것도 없는 아무것도 없음, 그것만이 오로지 실재함을 나는 지금 여기쯤에서 깨닫는다 오감 안에서의 삶과 더불어 오감을 벗어난 삶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아침과 저녁, 낮과 밤 사이를 날마다 흐르는 태양을 지켜보면서도 우리는 지구가 돈다는 사실 믿음을 넘어 앎을 갖고 있지 않은가 나는 지금 가만히 ..

詩-깨달음 2023.03.04

있음의 없음, 없음의 있음

있음의 없음, 없음의 있음 불교 반야심경에 나오는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이라는 표현을 이제는 '있음의 없음, 없음의 있음'으로 바꾸어 표현하고 싶다. 똑같이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한자로 된 문장을 한글로 다시 바꾸어 해석해야 하는 부담은 덜 수 있을 것이다. 있음의 없음과 없음의 있음!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기에 한자보다 오히려 더 어렵고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천천히 음미해 보라. 우리는 지금까지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다'라는 고정관념에 젖어 생활해왔을 뿐이다. 그러나 감각되는 유형의 것들은 모두가 변하고 언젠가는 모습조차 사라진다. 이게 바로 '있음의 없음'이다. 또한 없다는 것의 개념을, 없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는데 이를 다시 생각해보면, 없다는 것 즉..

깨달음의 서 2023.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