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 15

알랑방구

알랑방구 / 신타 그에게 존칭을 썼든 비위를 맞추고 알랑방구를 꼈든 그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나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나를 남을 위한 희생자로 만들지 말자 우리는 누구나 이기주의자일 뿐이다 사랑이란 목적이 아니라 사랑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존재에서 우러나오는 게 곧 사랑이요 함이 없는 함이다 이타와 이기가 있지 아니하며 '존재가 사랑이냐' 그리고 '목적 있는 사랑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나를 위한 목적은 남을 위한다는 착각 속에 있고 모두를 위한 존재는 자신만을 위한다는 오해 속에 있다 나를 위해 사는 게 모두를 위해 사는 것이다 나만이가 아니라 남과 똑같이 남과 똑같은 나를 위해 살 일이다

신작 詩 2022.07.05

나비의 꿈

나비의 꿈 / 신타 절망은 불안의 새벽이다 두려움의 시간이다 온몸으로 껴안지 못하고 새벽의 한기를 외면할 때 일출은 늘 산 너머 일이다 우리는 떠오르기 직전의 태양이다 보물섬으로 향하는 나침반이다 이미 밤이 지나갔음이다 아침이 다가오고 있음이다 마지막 한 걸음 남았을 뿐 죽음이라는 환영조차 두팔 벌려 환영하자 날개가 젖는 일일 뿐이다 새벽이 지나고 아침이 밝아오면 날개 위에 햇살 퍼지리라 나비의 꿈이라고 가벼이 여기지 말자 내가 꾸는 꿈이 곧 나비가 꾸는 꿈이다

신작 詩 2022.07.05

한강

한강 / 신타 두물머리에서 나오는 뜨거움과 차가움 샤워기 통해 합수된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아니라 내 안의 모습이 바뀌어야 할 터 겸손 옆으로 바짝 다가가 우물 안 개구리보다 더 낮은음자리표 호숫가 개구리로 살리라 모든 게 내 안에서 하나임에도 어느 한쪽은 내 것이 아니라고 밀어내거나 비난하는 삶이었다 높낮이가 서로 다르다 해도 파도타기 하는 삶일지라도 이 땅의 모든 개구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힘 수평선 아득한 호수 되리라 가슴이 온유한 남쪽과 이성이 냉철한 북쪽으로 나누어진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그대 두물머리에서 이제 하나의 강이 되자 지나온 길 서로 다르다 해도 더 많은 세월 함께였나니 뜨거움과 차가움이 하나 되는 양수리에서 너와 나 한강이 되자

신작 詩 2022.07.05

불꽃

불꽃 / 신타 낙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언제나 타오르는 것일 뿐 땅으로 내려앉는 건 내가 아니다 한때 불꽃으로 빛나던 늙어가는 청춘의 잔상일 뿐이다 자욱한 안개가 하얀 벽처럼 보이듯 하늘이란 파란 안개와도 같은 것 1층 위에 2층이 아니라 산란하는 빛의 공허이다 불꽃에 담겨있었다 해서 열기가 함께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은가 낙화하는 재에는 열기가 없다 우리는 한때 불꽃으로 타오르다 허공으로 흩어지는 열정일 뿐 허공이란 어디에도 있지 않으며 한때 역시 어디에도 있지 않은 시간이다 모든 게 내 안이다 내 안을 벗어난 건 없으며 따라서 안도 밖도 있을 수 없다 나밖에 없는데 안팎이 어디 있겠는가 내 안에서 일어나는 한바탕 불꽃놀이인 것이다 산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

신작 詩 2022.07.05

날마다 오늘

날마다 오늘 / 신타 파랗게 갠 하늘처럼 지평선이 보이는 땅처럼 날마다 오늘이 펼쳐져 있습니다 기억 속 오늘을 어제라 하고 상상 속 오늘을 내일이라 할 뿐 몸뚱이가 있던 없던 오늘뿐입니다 현재 속에 미래와 과거 모두가 함께 엉켜있습니다 무엇을 보느냐에 달린 일입니다 '두드리면 열릴 것이요' 바이블에 나와 있는 구절처럼 무엇을 상상하느냐에 달린 일입니다 미래와 과거를 현재에서 사는 것입니다 떨어져 있지 않으며 지금 바로 여기

詩-깨달음 2022.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