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 13

나의 스승들

한밤중에 나와 별 관계 없이 지나가는 차와 운전자에게는 무관심하면서도, 나와 관계있는 사람에게 나는 무관심을 지나 때때로 분노하곤 한다. 그러나 나와 관계있는 그 사람들 모두가 내게 고마운 분들이다. 나를 기쁘게 하기도 하고 분노하게도 하기 때문이다. 나를 분노하게 하는 것이 지구상에서 그들의 역할임을 나는 지금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나를 화나게 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감사한다. 그들이 모두 나를 깨닫게 한 스승들이기 때문이다. 선인이든 악인이든 모두가 나의 스승임을 깨닫는 지금 이 시간, 기쁨의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흐른다.

깨달음의 서 2023.04.30

속울음

속울음 / 나신타 얼마만큼 눈물이 쌓여야 얼마나 눈물을 흘려야 얼만큼 외로워해야 속으로 우는 울음 울 수 있는 걸까 어릴 때나 나이 들어서나 한결같이 가벼운 눈물 놀림받을까봐 참으려 해도 유리창에 흘러내리는 빗물처럼 온통 구름에 지친 여름날 마른장마와도 같이 쏟아지지 않는 눈물은 무감각한 것인지 심지가 깊은 것인지 내가 알 수 없는 세계다 슬퍼서가 아니라 그의 마음이 느껴질 때 때론 걷잡을 수 없는 폭우처럼 쏟아져 내리는 나로서는

신작 詩 2023.04.29

깨달음의 소리

1. 소리라는 게 사실은 귀에 있는 고막을 지나야 소리로 변하는 것이지 그 이전에는 공기의 진동일 뿐이며, 형상과 색상도 빛이 눈에 있는 망막을 지나야 비로소 형상과 색상으로 인식되는 것이지, 그 이전에는 빛의 반사일 뿐이라는 사실이 새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시각을 비롯한 모든 감각을 우리가 능동적으로 보거나 듣는 게 아니라, 수동적으로 보이거나 들리는 것이라는 사실이 시일이 지나면서 문득 자각되었습니다. 생각이나 감정조차도 저절로 생기거나 일어나는 것이지, 우리가 능동적으로 생각하거나 감정을 일으키는 게 아닙니다. 2. 우리는 흔히 자신 앞에 펼쳐진, 눈에 보이는 자신의 몸을 비롯한 현실의 물질세계에서 벗어나려 애쓰지만, 실제로 벗어나야 할 대상은 보이지도 않고 감각되지도 않는 관념의 세계입니다. 달..

깨달음의 서 2023.04.22

흐트러진 봄

흐트러진 봄 / 김신타 세상이 왜 이런가요 활짝 핀 꽃이 있고 시들어 가는 꽃이 있으며 이제 봉오리 진 꽃도 있습니다 다르기에 같기를 바라지만 같을 땐 다르기를 바라겠죠 세상 모든 꽃이 하나뿐이거나 한날한시에 피었다 진다면 아름다움과 추함 역시 우리 앞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만일 악이 없다면 선도 있을 수 없는 것처럼요 엉망진창으로 피고 지기에 지금 여기가 아름다운 것이며 모두 하나 되는 황홀함의 세상 또한 죽음 너머에 펼쳐질 우리의 삶입니다

신작 詩 2023.04.22

지상에 온 이유

우리에게 닥치는 고난이나 시험조차도 신의 사랑임을 깨달아야 한다. 신의 사랑이 아닌 게 어디에 그리고 어떻게 있을 수 있겠는가? 고통의 바다라고 하는 우리의 삶조차도 신의 사랑이다. 신이 인간을 사랑해서가 아니라면, 무엇 하러 우리에게 세상 체험을 하도록 했겠는가? 우리 자신이 원하고 또한 신이 원해서 이루어진 일일 뿐이다. 천상에서 천사였던 우리 인간이, 고해라고 불리는 이 지상으로 내려온 이유란 말이다.

둥근 하늘, 둥근 지구

둥근 하늘, 둥근 지구 내 안에 있는 하늘에서 사랑의 빗방울이 떨어져 내린다. 밖에서 사랑이 얻어지는 게 아니며, 하늘이라는 것 역시 밖에 있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있을 뿐이다. 우리 모두의 내면에 하늘이 있고 하늘의 사랑이 있으며, 내면에 있는 하늘의 사랑이 지상의 모든 것을 감싸고 있다. 지구가 둥근 것처럼 하늘도 둥글다. 지상이 평평하게 보이지만 실은 둥근 것처럼, 하늘도 평평한 게 아니라 지평선 또는 수평선 너머에서 지구를 둥글게 감싸고 있다. 북극에도 하늘이 있고 남극에도 하늘이 있으며, 태평양과 대서양, 인도양 위에서도 하늘이 보일 테니 말이다.

내가 사랑하는 당신

내가 글을 쓰고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이 모든 게 당신의 작품이군요. 하긴 글을 쓰거나 말을 하기 전, 나는 당신의 말씀을 기다렸으니까요. 그러고도 당신이 아닌 내가 그런 흡족한 글을 썼다고 혼자 자뻑했답니다. 그나마 당신의 사랑이 있기에 나와 같은 웃기는 짬뽕이,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머리를 쥐어짜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이제는 나도, 당신이 무슨 말씀을 해주길 기다릴 줄 아는 놈입니다. 이 정도로도 내 마음은 기쁨 가득합니다. 아무튼 오늘도 당신의 사랑을 조금 더 깨닫게 되는 하루입니다. 그저 감사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당신, 신이시여!

청춘이 청춘에게

청춘이 청춘에게 / 나신타 60대 중반 어느 날 내게 젊은 날의 내가 생각났다 투명한 감옥처럼 다가왔던 사십여 년 전 내 스무 살 시절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내게 한 마디 남기련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우리는 걸어갈 수 있단다 갇힌 것처럼 보일지라도 세상은 늘 열려있단다 알 수 없어 답답할지라도 때가 되면 알 수 있단다 우리에겐 옛날도 앞날도 아닌 언제나 오늘 지금일 뿐이기에, 과거이거나 미래라는 이름보다는 현재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기에 지금 네 앞에 있는 현실이 지금의 네게 가장 찬란한 시간임을 다른 모든 건 네 앞을 밝히는 등불임을 알라 부디 네 앞에 있는 절망조차 사랑할 수 있기를

신작 詩 2023.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