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 11

청년 시절을 생각하며

청년 시절을 생각하며이렇게 살 바엔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을까? 20대 내내 나에게 간간이 들었던 의문이다. 다른 사람에 비하여 돋보이지도 않았고, 이렇다 하게 내세울 것도 없는 현실에 나는 우울해했다. 그러던 20대 끝 무렵 나는 결혼을 하게 되었고, 30대가 끝나갈 무렵 내 사고방식은 나도 모르게 염세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있었다. 결혼 직후 아이를 갖지 않는 게 어떻겠냐고 물은 적이 있는 내가, 그럴려면 뭐 하러 결혼했느냐는 아내의 대답 겸 질문에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해서 손주를 바라는 부모에게 한가지 효도라도 한다는 생각으로 아이를 가질 정도로 염세적이었는데 말이다.지금은 60대 중반이 넘은 나이다. 명예의 상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우리는 자살을 꿈꾸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경제..

내 안의 나

내 안의 나내가 나를 죽여야 한다내 안에 내가 있어서는 안 된다내 안에 '다른 나'가 없어야 한다내가 둘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다만 여기서 앞에 있는 '나'와뒤에 있는 '나'가 서로 다를 수는 있다앞에 있는 나는 전체로서의 나이고뒤에 있는 나는 부분으로서의 나이다'전체로서의 나' 안에'부분으로서의 나'가 들어있음이다그러나 '부분으로서의 나' 안에우리는 또 다른 나를 상정한다이러한 나를 스스로 죽여 없애야 한다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없는또 다른 내가 없어 마음이 텅 빈 상태바로 견성이자 깨달음이다마음이 텅 빈 상태이기에내가 없고 모두와 하나임이 느껴지는모두와 더불어 함께하는내가 바라는 깨달음의 삶이다바라는 것조차 마음의 움직임이저절로 일어날 때를 기다리는모든 것을 받아들이는마음이 되고자 함이다판단은 외부 의..

여기와 저기

여기와 저기 / 김신타밤하늘엔 온통 흰 구름뿐터진 틈으로 별 하나 흐르고한참 뒤 나갔을 땐상현달 떠 있고 별도 여기저기나는 여기 그대로인데저기 바깥세상은 늘 변한다어쩌면 세상은 그대로인데내가 늘 변하는 것인지도여기 있던 내가 저기 있고이걸 보던 내가 저걸 보는아니다나도 변하고 세상도 변한다세상이 변하기에 내가 변하고내가 변하기에 세상이 변하는 어쩌면여기 있는 나와저기 있는 내가 같은 나이듯지나간 세상과지금 세상이 같은 것일지도

신작 詩 2025.01.12

보는 눈

보는 눈 / 김신타지금은 초등학교지만 당시엔국민학교 삼 학년 어느 운동회 날왁자한 틈에서 나는 갑자기내가 죽는다는 생각이 떠올랐고올려다보는 하늘에선 눈물이 났다군중 속의 고독이랄까이제는 고희 古稀를 앞둔 나이내 몸이 내가 아님을 알기에사는 내내 옆에 있었을 죽음이더는 저승사자가 아니다늘 마주하게 되는 이웃처럼시합을 끝낸 선수의 라커룸처럼편안한 휴식일 수도 있음이다노래를 잘하진 못해도누구나 듣는 귀가 있는 것처럼시를 잘 쓰진 못해도보는 눈을 가진 독자가 있는 것처럼잘 살고 못 살고가 아니라삶에서 늘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나를 보는 눈이 문득, 문득 커져야 한다나란 있는 것도 아니고그렇다고 없는 것도 아님을

신작 詩 2025.01.11

겨울밤의 선물

겨울밤의 선물 / 김신타자다가 깨어 밖에 나가보니눈이 하얗게 덮였다터진 구름 사이로별 하나 보이고멀리 있는 친구에게카톡을 보내고 전화를 한다땅엔 하얀 눈이 쌓이고하늘엔 별 하나 떠 있다고서너 번 신호에도 받지 않아얼른 전화를 끊는다밤 12시가 되었기에잠이 들었나 싶어서그래도 좋다마당에 눈이 쌓인 밤전화할 사람이 있다는 게카톡 보낼 수 있는 세상이라는 게익숙한 것에 새삼 감사함이 느껴지는오래된 친구가 새삼 고맙게 느껴지는눈 쌓인 겨울밤의 추위는 내게선물 같은 것 깨달음 같은 것

신작 詩 2025.01.08

구례 산수유마을에서

구례 산수유마을에서 / 김신타겨울 초입의 아침 햇살 아래마을 안쪽에 있는 버스 정류소,동네 사람들 오가며 인사 나누는까마귀 울음마저 정다운 풍경이다근처 사는 지인 집에 왔다가남원 가는 버스 시간이 한 시간 반이나 남았다"잠시 여행 좀 다녀오겠습니다"라는 알림을 출입문에 붙여놓은'고씨 아지매' 카페 사장님멀리 보일 듯한 지리산 노고단가깝고 먼 능선이 울퉁불퉁하다누군지 모르는 고씨 아지매처럼함께하는 자유로운 영혼이고 싶다감나무에 매달린 감도 붉고산수유 열매도 빨간햇살도 바람빛으로가을처럼 물들어버린 어느 날

신작 詩 2025.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