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언 25

기억이라는 거울

기억이라는 거울 우리는 흔히 우리 자신을 거울에 비유하곤 한다. 그러나 우리는 단순히 형상만을 되비추어 주는 유형의 거울이 아니라, 기억을 담아내는 무형의 거울인 것이다. 기억에는 시각적인 형상은 물론이려니와 청각, 후각, 미각, 촉각적인 상 그리고 기억된 기억까지 모든 게 포함된다. 이를 불교적으로 접근하면 색성향미촉법이 되며, 여기서 마지막 '법' 이라는 단어에 대한 해석은 여러가지로 분분하지만, 나는 이를 기억으로 해석한다. 오감이 존재한다 할지라도 기억이 없다면 오감이라는 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하긴 오감이라는 감각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것에 있어서 기억이 아니라면 그것들은 모두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태초에 말씀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태초에 기억이 존재해야 한다. 기억이라는 에너..

잠언 2020.08.19

영위零位

암벽 등반하다가 맞게 된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났던 자신의 체험담이 들어있는 아디야샨티의 「가장 중요한 것」 이라는 책을 읽다가 쓰게 된 일기입니다. 절망적인 상황에 부닥쳤을 때 우리는 잘 되리라는 희망을 놓음과 동시에, 잘 안되리라는 절망을 꽉 붙잡고 놓지 않으려 합니다. 절망적인 심정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희망을 놓는 것과 똑같이 잘 안될 것이라는 그 절망도 포기할 수는 없는 걸까요? 희망이 사라졌을 때 절망마저 놓아버린다면 우리는 그 순간 영감과 함께 자신의 몸에서 새로운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겨자씨만한 믿음이며 신의 사랑이고 붓다의 자비입니다. 이것이 바로 석가모니가 설파한 중도이기도 한 것입니다.

잠언 2020.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