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불회 시즉견성 보조 지눌 선사의 수심결에 ‘단지불회 시즉견성(但知不會 是卽見性)’이라는 구절이 있다. 다만 알지 못하는 줄 알면 그게 곧 견성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것은 견성의 문턱일 뿐이다. 견성 이후 깨달음이 깊어지다 보면 문득 '단지불회' 즉 '알지 못하는 줄 안다'는 인식조차 내려놓아야 함을 깨닫게 된다. 내가 주장할 게 하나도 없어야 한다. 이게 바로 불교에 말하는 내려놓음이고 기독교에서 말하는 내맡김이다. 불교 반야심경에 보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며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도 아니다'라는 내용의 구절이 있다. 알지 못하는 줄 아는 것도 하나의 견해 아니겠는가? 어떠한 것도 내가 답을 가지고 있으면 그게 곧 답이 아니다. 깨달음에 관한 의문에 대한 답은, 우리의 지식이나 기억에서 얻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