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림 2

돈오돈수와 점오점수

돈오돈수와 점오점수스님이나 불교인들한테서 더러 듣는 말 중에 하심 下心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깨달은 사람이 아닌 일반 대중에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는 제대로 깨닫지 못한 사람임이 분명하다. 이를 등산에 비유한다면, 정상에 오르지 못한 사람에게 하산하라고 얘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하심하라는 충고를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은 일반 대중이 아닌 견성 즉 깨달음의 문에 들어선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견성이란 히말라야 고봉 등정에 비유할 수 있는 바, 고봉 등정이 어렵기는 하지만 하산 과정도 이에 못지않게 위험하다. 견성 상태인 기쁨의 고봉에 머물러 지내는 게 아니라,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게 바로 하심 또는 점수이다. 불교에서는 보림이라는 용어로 이를 나타내는데, 용어와 관계..

깨달음의 서 2022.03.09

지금 여기

지금 여기 날마다 장면이 새롭게 바뀌는 현실이라는 영화.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끊임이 없이 상영되고 있지만, 현재 역시 영원하며 결코 사라지지 않는 연극 무대 (또는 스크린)이다. 우리의 삶이 끊기지 않는 현실인 것처럼, 우리의 의식(또는 생명) 역시 끊어지지 않는 현재이다. 우리에게 삶과 의식은 영원히 상영되는 영화인 동시에 무대인 셈이다. 어쩌면 '지금'이라는 시간과 '여기'라는 공간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자신이 곧 지금이자 여기일 수도 있음이다. 영화에 비유하자면, 스크린과 영화가 분리되어 있지 않은 일체형이라고나 할까. 우리가 영화를 볼 때처럼 스크린이라는 게 별도로 필요치 않다는 뜻이다. 마치 홀로그램처럼. 무대나 스크린에 해당하는 우리 의식도 영원하지만, 영화에 해당하는 우리 삶도 영..

깨달음의 서 2021.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