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또는 수필

장마

신타나몽해 2009. 7. 4. 15:11

 

 

                         장마

 

 

 

 

유월 하순,

금요일부터 사람들 사이를 떠돌던 소문은

월요일 새벽이 되어서야 마침내 사실이 되어

잠결에 들리는 빗소리는 마치,

내 주위를 동그랗게 잘라내는 듯하다.

세월의 처마 밑에

혼자 쪼그려 앉아 있는 듯한....

 

우리 인간이 아무리

을 만들고 신의 뜻까지 만들어낸다 해도

때가 되면 비 오고 장마가 지는 것조차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게 우리의 능력 아니겠는가?

 

 

잦아들던 빗소리가 다시 커진다.

21세기가 되어서도 우리는 여전히

천둥치고 비오는 것조차 신의 뜻으로 알았던

원시인과 똑같은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스로 신의 뜻을 만들어내고

또한 자신이 만든, 그 신의 뜻에 얽매어 살아가거나,

신과 인간이 교류하던 그리스-로마 신화 속에서

아직도 살아가는 21세기형 원시인에 지나지 않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

 

 

자유롭지 못하다면 그가 어찌 사람일까?

날개가 없어 날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나는 상상조차 못한다면 그가 어찌 사람이랴?

신을 만들고 신의 뜻까지 만들어 내어

우리 자신의 생각의 자유마저 스스로 버리는,

한낱 동물로 전락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자나 얼룩말이 제 뜻대로 초원을 가로지르듯

사람도 제 멋대로 생각의 초원을 뛰어다녀야 할 일이다.

알 수 없는 신의 뜻을 제 멋대로 만들어 내고는

스스로 생각의 다리를 묶은 채 절름거리며 뛰는

우스꽝스런 모습은 보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장마가 시작되는 빗소리에 비록

세상과 차단되는 듯한 느낌일지라도

창공을 높이 나는 한 마리 새가 되어 보자.

초원을 질주하는 한 마리 표범이 되어 보자.

 

 

 

2009년 6월 자란 김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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