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돌아온 청춘

신타나몽해 2020. 3. 16. 01:23
돌아온 청춘
 
김석기
 
 
산길 오르다 여우비에 갑자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차를 탔습니다
기차에서 내려 시내버스를
두 번 더 갈아타고 얼굴 마주했지만,
벗었던 배낭을 도로 메고 나와야 했으며
그녀 마음은
때아닌 눈발까지 날리는
삼월 중순 저녁 어스름이었습니다
 
되돌아오면 아플까 봐 미리 다독이며 갔는데
그녀 가게에서 나오자 몸은 오히려 개운했습니다
역 근처 식당에서
칼국수에 소주 한 병 마신 나는
마지막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밤바람은 차가웠지만
역사에 세워둔 자전거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마음은 오히려 시원했습니다
가지 않았더라면 몸의 성화가
마음을 몹시 힘들게 했을 테니까요
마음이 아픈 게 아니라
몸이 아픈 게 청춘이지 않을까 싶네요
이십 대 청춘이든 돌아온 청춘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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