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남원 '평화의 소녀상'

무아 신타 (無我 神陀) 2020. 3. 31. 14:58

 

남원 '평화의 소녀상'

 

김석기

 

 

손바닥에 뭔가 들려있어

다가가 보니 누군가

벚꽃 한 가지 올려놓았더군

맞아! 지금이 삼월 말이지

문득 만져보고 싶어져

가녀린 당신 손 잡으며

얼굴 올려다보니

무표정한 눈동자 먼데 보고 있더군

한참을 바라보더군

영영 보더군

살면서 당신 곁을 그토록 지나쳤어도

처음으로 당신 손 잡으며 눈물 쏟았지

이유는 몰라

다만 내가 그랬어

당신 손길이 따스하더군

 

다음날 다시 찾아가

새 꽃가지 당신 손에 얹어주었지

오늘은 초점이 맞았는지

서 있는 내내 나를 바라보더군

누군가 씌워준

분홍 목도리와 파란 빵모자

맨발에 한 손으로는

치마를 움켜쥐고 있었지

더는 울음도 안 나오는

슬프고도 휑한 눈으로,

돌아 가려는데

소녀상 한켠에 새겨진

평화의 소녀상 건립에 부치는

시인의 시에 오늘도 그만 눈물이

동참한 시민들의 열정이 뜨거웠더군

'신작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환장  (0) 2020.04.23
브루노 그뢰닝  (0) 2020.04.12
3월 하순 어느 날  (0) 2020.03.24
내 마음을 사랑하고  (0) 2020.03.24
다름다운 세상  (0) 2020.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