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지던 날
신타
때가 되면 그리움도
그리움의 청춘도 시들해진다
강물은 언제나
강낭콩꽃처럼 푸르지 아니하며
마음 또한
양귀비꽃처럼 붉지 아니하다
강낭콩꽃처럼 푸른 물결 위에
양귀비꽃처럼 붉은 마음 흐르기를
소망하고 기도한 적 있지만
능소화 마냥 붉은 그리움
내 마음은 지고 만다
떨어져 뒹구는 곳
진다는 것
사라진다는 것
허망한 일 아니다
살아서 빛나던 시절 지나
땅에 떨어져 초라한 모습
모두가 나의 생명이다
생명은 언제나 지금이며
지금 내 모습이기에
지금 모습 더불어
내가 소망하는 모습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