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서

「나」라는 것

신타나몽해 2022. 1. 4. 10:49

「나」라는 것


불교에서 말하는 공 空이란, 생각·감정·감각 등이 일어나는 인간 내면에 있는 무형의 바탕을 말하는 것으로써, 우리는 이를 마음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고로 공이란 우리의 생각 속에 있는 관념일 뿐, 유형적으로 보이는 허공과는 다른 개념이다.

따라서 공이란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와 같이, 원자 안에 있는 원자핵과 전자 사이의 텅 빈 공간과도 다르다. 원자 안에 있는 텅 빈 공간은 지극히 작은 하나의 허공일 뿐이기 때문이다. 공이라는 것도 관념일 뿐이지만 허공이라는 관념과는 전혀 다르며, 공을 무형적 공간이라고 한다면 허공은 유형적 공간인 셈이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감각적인 대상에도 착시를 하거나 착각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이는 곧바로 바로잡을 수 있는데 반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관념적인 대상에 대한 혼동은, 잘못되었음을 스스로 자각하기조차 쉽지 않다.

우리는 흔히 생각 자체와 생각의 내용물을 혼동하곤 한다. 감정과 감각 등도 생각과 마찬가지로 그것 자체와 내용물을 혼동하곤 한다. 그러나 생각·감정·감각 등 그것 자체와 그것의 내용물은 완전히 다르다.

여기서 말하는 그것 자체란 순수한 무형적 관념인 데 비하여, 그것들의 내용물은 유형적 또는 감각적 관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관념 속에서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는 채, 생각 등의 내용과 그것들 자체를 하나인 것으로 착각하곤 한다.

그러나 생각 자체와 감정 자체 등은 그것들의 내용물과는 달리 그게 곧 나 자신이다. 생각을 비롯한 마음이라는 바탕에, 관념적인 모습을 교대로 나타냈다가 사라지는 모든 게 곧 나 자신이다. 반면 생각의 내용물은 나 자신의 일부분인 생각이 만들어내는 것일 뿐, 그게 곧 나인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나」라는 것은, 눈을 비롯한 오감으로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우리 몸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생각이나 감정의 바탕 자리인 마음도 아니다. 나라는 것은 수없이 들고나는 생각·감정·감각 등 그 자체가 바로 나이다. 내용물이 아닌 그것들 자체 말이다.

그리고 생각·감정·감각 등 그 자체가 수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지지만, 영원히 변치 않는 게 바로 이것이다. 고로 「나」인 이것들 즉, 내용물이 아닌 생각·감정·감각 등 그 자체는 영원히 존재한다. 몸으로 살아있을 때나 죽어 있을 때와 관계없이 말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언제나 살아있다. 몸으로 존재하든 만 하든 어느 때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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