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과거로 가는 버스

무아 신타 (無我 神陀) 2022. 2. 4. 13:48

과거로 가는 버스 / 신타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
구례 가는 완행버스 타려고
남원 노암동 정류장에 서서
20여 분은 족히 기다렸을 텐데
버스는 정류장에 다가서지 않고
오던 속도로 스쳐 지나간다
놀란 나는 소리를 지르며
아스팔트길 복판으로 나가 손짓한다

다행히 저만치에서
차가 멈추기 시작한다
숨이 턱에 닿을 듯 뛰어가
가고자 했던 곳에 갔던 기억
문득 지금 다시 떠오른다
사과도 하지 않는 운전기사를
속으로만 나무라고 말았는데
같은 일이 지금 일어나면 어찌할까

과거로 가는 버스를 타지 않으리라
차가 그대로 지나쳤다면
가고자 했던 곳 가지 못했다면
하는 가정법 과거를 쓰지 않으리라
그냥 지나칠 때의 황당한 기분에 젖어
운전기사에게 삿대질하지 않으리라
지금 버스를 타고 있음에 오히려
감사함을 전하리라 이제부터는

'신작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환상으로서의 죽음  (0) 2022.02.04
사랑이 사랑이 될 때  (0) 2022.02.04
서로가 원하는 때  (0) 2022.02.02
서어나무 숲  (0) 2022.02.02
가난과 고통에 대한 용서  (0) 2022.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