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달 / 신타
아쉽고 따뜻한 배웅 받으며 나선
기차역 가는 길에 있는 공원
아침 해는 동녘 하늘 붉은데
정월 대보름 며칠 지나지 않아서인지
보기 드물게 커다란 낮달이 하얗다
낮달은 그녀 마음이며
아침 해는 내 마음인 듯
뜨거운 아쉬움은
눈가에서 촉촉해지고
체한 것처럼 가슴 먹먹하다
내려놓는다는 건
마음이 아니라 기억이다
우리가 붙들고 있는 건
기분이거나 느낌이 아니라
이에 대한 기억이기 때문이다
마음이란 순간이며 우리는
기억에 계속 붙잡혀 있을 뿐이다
내려놓지 못하는 기억에
사로잡혀 있음이다
낮달을 본 기억
체한 것 같은 먹먹함
기차를 스치는 바람처럼
모두 내려놓으리라
다시 불어오리니
[ 공주사대부고 19회 졸업생,
2022년 문집 '가본 길' 상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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