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김수영과 박인환

신타나 2025. 3. 2. 22:12

김수영과 박인환 / 김신타


김수영 시인의 아내, 김현경 여사가 들려주는
'백 년의 사랑'이라는 유튜브에 뜬 신문 기사 읽다가
일 년에 손으로 꼽을 만큼 피는 담배를 피워 문다

국 대접에 물을 조금 부어 만든 재떨이
밤 12시쯤 오줌 마려워 나간 하늘
여기저기 별들은 초롱초롱한데
그믐달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김수영 그가 이렇게 멋진 사람이었다니
술 취해 비틀거리다가 시내버스에 치인
그의 죽음마저 바람보다 먼저 눕는 풀

술 취한 사람 때문에 갑자기 난 교통사고
회사에서 잘리고 구속되었을지도 모를
운전기사의 삶은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며

빈센트 반 고흐의 고독한 삶은 우리가 알지만
형을 도와주던 테오가 고흐보다 짧은 생을
살았다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하는 것처럼

한 잔의 술을 마시며 나는 박인환을 떠올린다
문학과 인생이 통속한 잡지처럼 목메어 울고
청춘의 뱀이 바위틈에서 눈을 뜨는

목마를 탄 소녀의 외로운 방울 소리
애증의 그림자마저 묻어버리고
상심한 별이 되어 떨어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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