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즉시공 色卽是空 / 김신타
냇물이 햇빛에 찰랑거리는 것도
2월의 찬바람이 목덜미 스치는 것도
밖에서 일어남과 동시에
안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밖에서는 스쳐 지나가지만
안에서는 생각과 감정 이어진다
좋을 것인가 안 좋을 것인가
기분 좋은가 그렇지 않은가
판단하고 나뉘는 것이야 어쩔 수 없지만
그 모든 것 받아들여야 한다
어차피 내 안에 들어있는
이미 사랑스러운 것이므로
그러니 밖에 있는 돌멩이가
앞에 보이는 사람의 표정이
내 안에도 있는 것임을 아는
깨달음의 길 걸어갈 일이다
햇빛에 찰랑이는 물처럼
목덜미를 스치는 바람처럼
밖에서는 무상 無常하고
인연생기 因緣生起 하지만
꿈속에 보이는 부모 형제와
눈 감으면 떠오르는 고향처럼
안에서는 불생불멸 不生不滅
불구부정 不垢不淨 부증불감 不增不減,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증불감
마음 안에서의 색즉시공일 뿐
연기 緣起 하는 밖에서는 색즉시공이 아닌
생멸 증감이 있고 더럽고 깨끗한 시공 時空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