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깨달음

천 개의 그림

신타나 2025. 3. 6. 08:09

천 개의 그림 / 김신타


몸으로 죽어선 천 개의 바람이지만
지금 내 안엔 천 개의 그림 가득하다

식당에서 앞 사람 밥 먹는 모습은
밥 먹는 모습의 그가 아니라
내가 그린 그림 속 그의
밥 먹는 모습일 뿐이다

내가 그린 그림이 천 개의 바람 되어
지금 내 안에서 날아다니고
밖에선 셀 수 없는 바람의 새
숲속을 날아다니고 있다

사랑하더라도 내가 그린 그림을 사랑하는 것이고
미워하더라도 내가 그린 그림을 미워하는 것이니

사랑뿐만 아니라 미움까지도
따뜻한 마음으로 펼쳐야 하며
칭찬뿐만 아니라 비난까지도
마음속 사랑의 발로여야 한다

스치는 순간 바람의 새는
내가 그리는 그림이 되고
밖에 있는 건 이미 날아갔으며
안에 있는 그림만 남아 있기에

내 안에 있는 그림은 이미 날아간 새의
반영 反映이자 잔상 殘像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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