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 김신타
바람은 스스로 바람 불지만
부는 바람이 자신인 줄은,
낙엽을 휩쓸고 다니며
여인의 치마 들추는
그게 곧 자신인 줄은 꿈에도 모른다
이리저리 몰려다니다가
문득 바람은 묻는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무엇일까?
회오리 먼지가 자신인 줄
부서지는 파도가 자신인 줄
흔들리는 잎이 자신인 줄 안다
모양도 형체도 없는 바람은
하늘을 나는 새가 나일까?
창공에 뜬 연이 나일까?
자신을 찾고자 애쓰지만
밖에 있는 건 모두가 허상이다
내가 아니라는 말이다
보이지 않으며
스스로 느껴지지 않는
바람은 감각에서 벗어나 있다
자신이 아닌 타인에 의해 느껴질 뿐인
몸으로 느끼지만
몸에서 벗어나는 것
오감에서 벗어나는 것
깨달음으로 가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