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사랑하기 / 김신타
삶이 끝난 뒤 어디 저 멀리
낯선 곳으로 가는 게 아니라
다만 지금 여기
내 몸뚱이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몸으로 체득하고 나면
우리는 죽음조차도
강아지처럼 사랑할 수 있다
씨앗이 썩어 없어져도
나라는 생명은
씨앗에서 움트는 새싹이며
내 몸은 씨앗처럼 썩어 없어질지라도
나라는 생명은 영원한 봄이다
고로 죽음이란 물거품 같은 것
그림자와 같은 것
삶이라는 빛이 있으면
죽음의 그림자 생겨나며
삶이 막을 내리면
죽음이라는 그림자도 사라진다
생명은 영원하지만
죽음의 그림자는
꿈처럼 이슬처럼 사라지는 것
북망산이니 요단강이니
하는 옛이야기는
옛사람들 상상일 뿐
삶의 막이 오르는 것과
막이 내리는 것 또한
모든 것이 지금 여기
바로 여기에서 일어난다
지구에서의 삶이 막을 내려도
영적 삶에는 2막이 있고
3막 4막이 끝없이 이어진다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이 오는 것처럼
삶이란 우주가 변하는 것일 뿐
끊임없이 확장하는 것일 뿐
고로 지금 여기에
삶의 끝이 있다 해도
그리 슬퍼할 일 아니다
계단을 올라가는 일이다
생명으로 이어지는 삶이다
영원을 향해 나아가는 것
강아지를 사랑하는 것
사나운 개가 되어
죽음을 향해 짖지 말고
언제나 삶과 함께 뛰노는
귀여운 강아지가 될 일이다
살아간다는 건
사랑의 계단 오르는 것
강아지와 함께 뛰어노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