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서

내려놓음과 내맡김

신타나 2025. 10. 11. 00:22

내려놓음과 내맡김


내 소망이나 욕망조차도 전체에 맡긴다. 비유하자면 몸속에 있는 개개의 세포가 자신의 소망이나 욕망을 몸 전체에 맡기는 게 바로 내려놓음이요 내맡김이다. 그러나 아무런 소망이나 욕망을 가지지 않고 사는 게 올바른 삶이라는 일부 주장에 대하여는 동의하지 않는다. 소망이든 욕망이든 모든 건 신의 선물이다. 소망이 있고 욕망이 있어야 개인이든 집단이든 원활하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 또는 집단 사이에서 소망과 욕망의 충돌이 문제다.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폭력은 물론이고 전쟁조차 불사할 때, 그게 개인적 욕망이든 종교적 소망이든 이는 신의 선물을 잘못 사용하는 것이다. 욕망과 소망 자체가 버려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이나 소망을 자신의 힘으로 또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힘으로 이루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잘못된 것이다. 광산 개발을 위해 발명한 다이너마이트가 인명을 살상하는 폭탄으로 사용된다고 해서, 노벨의 다이너마이트 발명이 잘못된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개인이라면 자신의 소망과 욕망을 전체에 맡겨야 할 것이며, 특히 종교적 집단이라면 더욱이 그들 종교에서 믿어 마지않는 전능한 신에게 맡겨야 할 것이다.

이게 바로 내려놓음이요 내맡김이다. 인간이 개인이나 집단의 소망과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 폭력과 종교 전쟁도 불사한다면, 이는 신의 뜻을 빙자해서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확대하고자 하는 이기심의 발로일 뿐이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충돌이 일어났을 때는 폭력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충돌을 해소하려고 할 게 아니라, 자신이 받드는 전체 즉 신에게 맡기고 신의 뜻에 따라야 한다. 신의 뜻이란 소위 종교 지도자인 인간의 뜻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이다. 시간이 흘러 저절로 이루어짐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기다리지 못하고 인간의 뜻을 앞세워 시간을 앞당기려 해서는 안 된다. 인간의 뜻을 신의 뜻으로 포장해서 자신들의 이기심을 충족하려고 하는 게 바로 신에 대한 불순종이다. 신의 뜻에 불순종하는 인간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기다릴 줄 아는 인내가 바로 내려놓음이요 내맡김이다. / 김신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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