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서

신타나 2025. 12. 11. 00:07




나라는 건 어딘가에 존재하는 유형의 인식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대상을 인식하는 무형의 인식 주체이다. 고로 나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오감으로 느껴지지도 않으며, 인식되지도 않는 인식 주체이자 인식 자체(이를 의식이라고 한다)이다. 대상이 아닌 주체라는 면에서 나라는 건 신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즉 내가 곧 신이며 신이 곧 나인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신을 대상으로 생각하여, 그 앞에서 절을 하거나 고개 숙여 기도하곤 했다. 그러나 신이란 결코 대상일 수 없다. 누구든 한번 생각해 보라. 전지전능한 신이 주체가 아닌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말이다. 신이란 인간과 마찬가지로 유일한 인식 주체이다. 거울이 거울 자신을 비출 수 없는 것처럼 인식 주체가 자신을 인식할 수는 없다. 오직 대상만을 인식할 수 있음이다. 따라서 신은 자신의 부분인 우리 인간을 인식하지 못한다. 신과 우리 인간은 하나로서 주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은 자신의 부분인 인간을 물리적인 몸으로도 창조했으며, 그러한 인간의 몸에 신의 능력을 부여하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는 신을 믿는다. 물론 믿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말이다. 신을 믿고 안 믿고 와 관계없이, 인간의 능력에 한계가 있음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그렇다면 제한 없는 능력을 갖춘 존재가 있음을, 한 번쯤은 상정해 볼 수 있는 것 아닐까? 종교에서처럼 대상으로서의 신이 아닌 주체로서의 신, 그리고 인간처럼 한계가 있지 않은, 그야말로 전지전능하고 무소불위하며 무소부재한 존재를 나는 신이라고 이름하는 것이다.

따라서 나라는 것은 보이는 대상인 우리 몸이 될 수 없으며, 나아가 우리의 관념(또는 생각) 속에 있는 아상(또는 정체성) 또한 내가 될 수 없음이다. 우리가 마음속으로 신에 대한 어떠한 상(형상)을 갖게 되면 그게 바로 우상이듯이, 우리 마음속에 자신에 대한 어떠한 상을 갖는 것 또한 허상 내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인식의 대상이 되는 건, 그것이 무엇이든 모두 우상이거나 환상이라는 얘기다.

모든 게 나이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나라고 할 수 없음이다. 고로 스스로 자신을 무엇이라고 결론짓거나, 신을 무엇이라고 결론짓는 건 주체를 대상으로 만드는 어리석은 행동일 뿐이다. 반복되는 얘기지만 인식 주체는 결코 인식될 수 없다.
그리고 신과 인간은 전체와 부분의 관계이지만,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인식 주체 즉 의식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신이 존재함을 의식할 수 있고 자신이 존재함 또한 의식할 수 있지만, 신이 무엇이고 내가 무엇인지는 인식할 수가 없다. 즉 알 수가 없다. 의식이란 또 하나의 인식 대상이 아닌, 인식 자체를 뜻하기 때문이다. / 김신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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