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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비

장마비 / 나신타 끊어질 듯하다가도 끊이지 않는 빗소리 길게 이어질 듯하다가도 어느샌가 개어있는 날씨 처마 밑에 빨래 널었다가 이삼일만에 다시 거둬 방안에서 더 말린다 장마철 빗소리가 제행무상 諸行無常 빗소리 듣는 내가 제법무아 諸法無我 끝날 것 같지 않아도 모든 것에는 끝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계속되길 바라는 편안함이든 하루빨리 사라지길 바라는 전염병이든 지금의 나, 항상 恒常 한 것 같아도 변하지 않는 나란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받아들이는 나 자신이든 아니면 거부하고 싶은 나 자신이든 나란 없음이면서 있음이다 연기 緣起 하기에 없음일지라도 영원히 연기하기에 있음이기도 한 불생불멸 하는 무형의 있음인 것이다 지루한 장마도 끝이 있으나 장마비는 매년 반복되는 것처럼 순환하는 유형 有形은 끝이 있지만 순..

신작 詩 2023.06.30

소망

소망 / 김신타나이 들어 가면서이런 사람 되게 하소서내 앞에 있는 못생긴 사람과후줄그레하게 옷을 입은 사람내 기분을 언짢게 한 사람에게나마스테! 라고 인사하는내가 되게 하소서나이가 들어갈수록타인을 판단하지 않으며두려워하지도 않고비난하지도 않을 수 있는담대한 내가 되게 하소서내가 갖게 된 소망을스스로 이루고자 함이 아니라이제는 당신에게 맡기고지켜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진내가 되게 하소서지금 모습이 내가 아닌아무런 형상이 없으면서도영원히 지금 여기 존재하는그가 바로 나임을 아는그러한 내가 되게 하소서

신작 詩 2023.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