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324

어떤 문상

어떤 문상 / 신타 망자 앞에서 터지는 통곡 제 슬픔에 겨운 후회일 뿐 병실에 누운 환자 앞에서 눈물짓는 것과 같은 몸짓 아픔조차 안으로 삼키는 슬픔조차 먼 산 바라보는 통곡조차 바다에 뿌리는 마지막 헤어짐이고 싶다 가벼움과 황홀함에 잠긴 위에서 바라보는 영혼은 왜 우는지 알지 못하는데 지상에 남은 자만 슬프다 소리 지르고 울어대는 게 천명을 알지 못하는 거라 부인상에 노래 부른 장자 '장자' 외편에 나와 있단다 장자처럼은 아닐지라도 기쁨으로 배웅하고 싶다 고통과 시련 다 벗어버린 망자와 함께 축배를 들며

신작 詩 2022.04.04

바람의 온도

바람의 온도 / 신타 사월의 환한 빛과 부드러운 바람의 온도 유리창 통해 바라보는 풍경 스쳐 가는 기차 안으로 밀려온다 화사한 한복 차림의 벚꽃 멀리서도 웃음 띤 여인이다 턱없이 나선 남도로 가는 길 간간이 핀 진달래꽃처럼 붉다 풍경은 스쳐 갈지라도 나는 언제나 지금 여기 바람의 온도를 따라가는 한 그루 나무로 흔들린다 봄날의 새싹이었다가 뜨거운 폭풍의 여름 지나 지금쯤 가을로 익어가는 시절 언제라도 눈 내리는 겨울일 수 있는 현재라는 여기에서 한 생을 회오리치고 있는 한가득 끌어올린 잡동사니 내려놓고 사라질 바람이거나

신작 詩 2022.04.02

철없는 사람들끼리

철없는 사람들끼리 / 김신타 철들자 망령 날까 봐 나는 철들지 않으련다 지난가을 단풍철 잎조차 바람에 모두 날려버렸다 철들지 않은 바람 그냥 이렇게 살련다 봄에는 봄바람이었다가 가을엔 산들바람으로 부는 그땐 철이 없었노라는 그런 얘기보다는 차라리 예나 지금이나 철이 없는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다 철없는 사람들끼리 함께 익어가는 세월에 저녁노을처럼 붉게 번지는 철 지난 얘기 다시 나누고 싶다

신작 詩 2022.03.28

오늘이 좋다

|구례 산동 산수유 마을에서| 오늘이 좋다 / 신타 하루 전날 올라오기 위해 퇴근 시간 기다리는 마음은 10분을 마저 채우지 못하고 그만 기차역으로 향한다 수년 만에 참석하는 모임 기차를 타고 가면서도 왠지 설레는 마음은 나조차 어쩔 수가 없다 연륜이 얼굴에 나타나며 서로의 주관이 확고할지라도 사십여 년 세월이 흘렀어도 고교 동창들이 다시 만난다 그 시절로 돌아갈 순 없다 해도 그때 기분에 젖을 수는 있을 터 몸은 언제나 현재일지라도 기억은 과거로 돌아가는 오늘 힘겨웠던 지난날도 좋으며 모처럼 친구들과 만나는 이제 나는 오늘이 좋다 오늘은 오늘이 좋다

신작 詩 2022.03.26

하나 그리고 둘

하나 그리고 둘 / 신타 창가에 앉아 봄비 내리는 소리 맞으며 오픈마켓 라이브커머스라는 낯선 이름의 홈쇼핑 촬영 포기하고 싶은 마음 구겨진 용기를 다림질하듯 펴본다 바이올린과 거문고 선율도 저마다의 색깔과 향기로 선 채 하나의 화음을 낼 수 있으며 홀로 설 수 있어 자유롭고 함께하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아무런 기대가 없을 때 포기는 열정으로 변하며 불안은 용기로 바뀐다 하나에서 둘로 나뉘었다가 다시 하나가 될 뿐이다

신작 詩 2022.03.21

사랑이 스스로 말할 때

사랑이 스스로 말할 때 / 김신타 커가면서 수없이 들어본 사랑 부모님의 사랑과 선생님의 사랑 종교에서의 사랑과 자비 남녀 그리고 부부간의 사랑 에로스 또는 육체적 사랑 필리아 또는 정신적 사랑 아가페 또는 영성적 사랑 여러 가지로 구분할 수 있으나 현실과 이상적 사랑으로도 나눌 수 있으리라 그리고 환갑을 지난 나이 사랑에 대한 정의가 스스로 내려졌다 수천 년의 세월에도 정하지 못한 결론을 백 년도 못된 내가 내리는 게 아니라 수천 년에 육십 년을 더한 세월이 말하고 있다 사랑에 있어서 두 갈래 길 안으로의 사랑과 밖으로의 사랑 중에서 스스로 자신에 대한 사랑과 타인 등 다른 존재에 대한 사랑 중에서 샘물이 안에서 밖으로 흐르듯 외부에서 사랑을 구하지 말며 내면에서 사랑의 존재가 되어야 한다 어찌 됐든 자..

신작 詩 2022.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