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324

긍게 사램이제

긍게 사램이제 / 신타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와 "긍게 사램이제"라는 구절에선 동감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사람이니 실수를 하고 사람이니 배신을 하고 사람이니 살인도 하고 사람이니 용서도 한다"는 말씀이 어느 경전 구절보다 성스러웠다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와 "긍게 사램이제"라는 간격을 오늘도 나는 걷고 있다 지나가 버린 애증의 기억도 아직 오지 않은 상상도 아닌 나 자신과 그리고 타인을, 실수하고 배신하고 살인하는 우리를 이제부턴 더욱더 용서하고 사랑하리라 감각 속의 사람도 아니며 기억 속의 사람도 아닌 보이지 않는 알 수 없음 무형으로 존재하는 감각 자체와 기억 자체가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는 바로 우리 자신이므로 ★ 겹따옴표는 정지아 작가의 장편소설 '..

신작 詩 2022.09.17

아모르 파티

아모르 파티 / 신타 시가 없었다면 나는 사람을 만난 기쁨을 사람이 떠난 슬픔을 혼자 감당하기 어려웠으리라 술이 없었다면 나는 사랑과 함께하던 기쁨을 사랑이 떠나버린 시간을 홀로 기억하기 힘들었으리라 그래도 내겐 내가 있어 떠나지 않고 영원히 함께하는 시를 쓰고 술을 마실 수 있는 스스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오늘도 한 잔의 술을 마시며 원고지 아닌 휴대폰을 들고 떠오르는 생각과 말을 담아 시를 쓰는 밤의 시간이 있다 지금 이대로 내 안에 머물리라 이미 소망이 이루어진 것처럼 원하는 걸 이미 이룬 사람처럼 꿈을 꾸고 새 아침을 맞이하리라

신작 詩 2022.09.09

징검다리

징검다리 / 신타 내려놓는 게 아니라 줄이는 것이라고 했던가 사랑도 집착도 욕심을 조금만 내도록 해볼 게 맘 찜찜하게 해서 미안해 살면서 미안하단 말 여태 안 하고 살았던 것 같은데 지금도 안 하고 싶은데 내 자존심이 무너지는 것 같아 눈물이 나와 태풍과 함께 쏟아진 비에 이제는 기억으로만 남은 엊그제 함께 건너던 징검다리 소용돌이치는 냇물은 세상 살아가는 마음이겠지 흐려졌다가 맑아지고 흘러넘쳤다가 가라앉는 사랑하다가 미워하고 밉다가도 사랑스러워지는 건 냇물처럼 흘러가는 마음이겠지 불어난 물에 사라진 징검다리 여전히 넘쳐흐르는 냇물 가두거나 남길 것 하나 없어도 흘러가고 있음 거기에 아무것도 없는 내가 있겠지

신작 詩 2022.09.06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을 때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을 때 / 신타 빗물이 고인 위에 연달아 떨어지며 파문을 만들어내는 빗방울 창문 밖 당연했던 풍경이 당연하지 않을 때 귓가에 들려오는 빗소리 언제 어디서 처음 들렸을까가 문득 궁금해지는 능소화에 매달린 주황색은 어떻게 처음 생겼을까 하는 부질없음 속에서 피는 한 편의 시 가지 끝에 나란히 매달려 바람에 나부끼는 이파리들 예전부터 보아온 모습이지만 새삼 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맑게 갠 한낮에도 태양이 도는 것처럼 보이는 감각의 오류 지식으로는 알아도 오류를 깨닫지 못한 채 감각을 하늘처럼 섬기는 여전히 낮은 자세 늘 함께하는 식탁 위에 놓인 풍경들 앞에 놓인 빨간 머그잔이 내 몸과 다를 바 없이 느껴질 때 비로소 몸에서 벗어나고 있음이다

신작 詩 2022.09.05

기다리는 동안에도

기다리는 동안에도 / 신타 믿고 기다려라 때는 오리니 바라 마지않는 그때가 오리니 기다리는 동안에도 삶은 충만하리라 믿음을 고집한다면 소망이 이루어지리라 우리가 가진 건 오직 믿음뿐이며 할 수 있는 건 다만 기다림뿐이다 무조건 사랑하리 마음으로 사랑하리 나보다 그가 클지라도 또는 작을지라도 기다리는 동안에도 마음 깊이 사랑하리 소망이 이루어질 때까지 미루는 어리석음 아닌

신작 詩 2022.08.17

오늘도 한 그루 나무이련다

오늘도 한 그루 나무이련다 / 신타 욕심을 내려놓는다는 건 예전보다 적은 양을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열매도 떨어지고 잎새마저 진 계절 젊어서는 쌓아두어야 하지만 나이 들어서는 내려놓는 게 아닌 조금씩 욕심을 내는 것이다 욕심을 조금만 낸다면 나눌 것도 버릴 것도 많을 터 열매가 그러하고 잎새가 그러하다 몸뿐만이 아니라 마음도 함께하는 계절 봄 여름에는 욕심껏 물을 끌어올리고 갈 겨울에는 적게 아주 적게 끌어올리는 게 곧 내려놓음이다

신작 詩 2022.08.02

강 같은 호수

강 같은 호수 / 신타 태어날 땐 아무것도 없는 바닥 다른 사람의 행동과 생각을 받아들이고 교육을 통한 사회적 인식을 받아들인 끝에 관념의 저수지가 되고 호수가 되었다 어릴 때와 젊었을 땐 호수에 물을 채워야 하지만 나이가 들어선 강물이 되어야 한다 들어온 만큼 내보내야 하는 것이다 점차 욕심을 줄여야 한다 받은 만큼 나누어야 한다 채운 만큼 내려놓아야 한다 가두지 말고 흘려보낼 일이다 고여있는 안전이 아닌 흘러가는 자유와 평화 그리고 혼자만의 안녕이 아닌 함께하는 기쁨을 깨우칠 일이다 내가 발 딛고 있는 땅이란 사랑의 에너지로 이루어진 허공중에 떠 있는 지구일 뿐 우주라는 허공을 도는 것일 뿐 내가 바로 사랑의 에너지임을 점차 깨달아 가야 할 일이다 허공 속에서도 건재하며 현실이라는 환상 속에서도 굳건한

신작 詩 2022.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