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324

자산어보(玆山魚譜)

자산어보(玆山魚譜) / 신타 영화 '자산어보'를 보았다 누가 쓴 건지 확실히 몰라 검색해보니 정약용의 형님 정약전이 쓴 책이다 신유사옥 때 흑산도로 유배 간 정약전 거기서 고기잡이 청년 창대를 만나 물고기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세상에 관한 글을 쓰게 되면 혹여나 왕을 부정하는 자신의 서학(西學) 사상 묻어날까 동생 약용과는 달리 사상서를 쓰지 않는다 영화는 실존 인물 창대를 새롭게 그린다 서자(庶子)에서 양반으로 신분을 세탁해 과거에도 급제하고 벼슬아치가 되지만 스승의 동생이 쓴 목민심서에 나오는 대로 백성을 보살피는 정약전의 제자 장창대 백성의 고통에 눈 감을 수 없었던 그 흙탕물에 홀로 남은 버들치처럼 백골징포 황구첨정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벼슬자리에서 기꺼이 쫓겨난다 영화의 끝 무렵, 나는 눈..

신작 詩 2022.06.15

장날

장날 / 신타 오가는 사람들 물건을 파는 사람들 누구나 눈물겨운 삶이다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는 가르침 여전히 생생하지만 모두를 사랑할 때 모든 걸 사랑할 수 있을 때 나는 이미 나를 사랑하고 있음이다 어차피 나를 안다는 건 내가 아닌 남에게 달린 일 밖을 통하여 안을 볼 수 있다 장터를 지나며 곁을 스치는 사람들 그 안에서 나를 바라본다

신작 詩 2022.06.09

전화번호 지우며

전화번호 지우며 / 신타 끝을 알지 못하는 동굴처럼 신호음은 자꾸만 깊이 빠져든다 소리를 질러보아도 아무런 메아리가 없다면 이제 그만 산을 내려가야 한다 멀리서도 그의 목소리 들을 수 있는 오솔길 오가던 기억조차 내 안에서 지워버려야만 한다 봄이 겨울의 기억을 지우듯 여름이 봄에 관한 기억을 지우듯… 쓰다남은 건축 자재처럼 낭만은 그저 철제 울타리 옆에 기대어 세워져 있다 나뭇잎 위에는 바람과 햇살 일렁이지만 우리의 마음은 오늘도 그늘 쪽이다

신작 詩 2022.05.29

바람처럼 자유로운

바람처럼 자유로운 / 신타 공중을 나는 날개만이 아니라 지상을 걷는 발이라 할지라도 모두가 자유로울 수 있음이다 날개가 없어서가 아니라 생각의 날개 스스로 펴지 못하기 때문이다 생각이 생각을 구속하기 때문이다 자유에 대한 소망 한 움큼 담아 '새보다 자유로워라'를 주문처럼 노래하던 젊은 시절 생각의 울타리 스스로 허문다면 새보다 자유로울 수 있음을 생각 없이 생각할 수 있음을 예전에 미처 몰랐을 뿐이다 새처럼 또는 새보다가 아닌 자유로움을 나는 더함도 덜함도 없이 생각 속에서 자유롭다 하늘도 땅도 없는 스스로 구속함이 없는 자리 시공이 없는 한바탕 꿈속 세상 있으면서도 없고 없으면서도 있는 자리 내가 거기 있음이다 허공을 스치는 바람처럼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은

신작 詩 2022.05.17

용호정

용호정 / 김신타 산천경개 바라보며 시를 읊던 곳 요즘 말로 하면 용호 카페이려나 매천 선생의 절명시에 끓어오르는 우국충정 참기 어려웠던 선조님들 백 년 세월 지난 자리에 후손들이 모여 노래한다 통한의 지난 세월 잊지 않고 기억할지라도 역사의 분노 되새김질하는 어리석은 짓 반복하지는 말자 선조와 후손 모두의 아픔을 이제는 사랑으로 감쌀 일이다 섬진강 거슬러 오르는 적군 칼과 활로 대적할지라도 사랑 담아 목을 베고 사랑의 활시위 당길 일이다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 내게 칼 휘두르고 활 쏘는 것임을 이제는 깨달아야 할 때이자 또한 스스로 사랑이 될 때 되었음이다

신작 詩 2022.05.04

빗소리

빗소리 / 신타 기와 강판에 떨어지는 봄비 4월이 가는 빗소리가 잔잔하다 낼모레 5월이면 세상은 온통 푸른 빛 이팝꽃을 비롯한 흰 꽃들 사이 잠시 흔들리던 연인은 장미꽃처럼 붉게 타오르고 세상엔 또다시 봄이 올 것이다 빗소리 들리는 날 나는 몇 번의 봄을 맞는다 매화 벚꽃 진달래 철쭉 모란 그때마다 봄은 피어난다 온 천지 흰 꽃으로 둘러싸인 채 여왕처럼 새봄을 맞는 장미꽃 골목마다 담장 너머 내다보는 여인들의 합창 듣게 되리라

신작 詩 2022.04.29

파도의 물빛

파도의 물빛 바다로 이어진 하늘 푸른빛에 한 줄기 구름 몇 가닥 전깃줄마저 여명이 그린 바닷가 풍경이다 어둠 남아있어도 밝아오는 일출의 시간이지만 마음은 여전히 나만을 위하고자 하는 아상 我相 아상을 벗고자 오늘도 하얗게 파도처럼 부서진다 부서지고 부서져도 언제나 푸른빛 두려워 마라 두려워 마라 부서질수록 깊고도 맑은 물빛이리니

신작 詩 2022.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