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323

공사 중

공사 중 / 신타 요천 자전거길 지나 섬진강 자전거길 거쳐 남원에서 구례까지 100리길 나섰는데 요천대교에서 공사 중이다 조금 더 직진해서 좌회전하라는 안내판을 믿고 직진하는데 한참을 가도 뚝방길만 반듯하다 그나마 가다가 길이 끊기는 공사가 여기는 더 크다 동네로 우회하다 보니 곡성 가는 큰 다리가 나온다 자전거로 가다가는 모임 시간에 닿을 수 없어 하릴없이 기차표를 끊는다 곡성역에서 구례구역까지 기차에 자전거를 싣는 예전 기억을 믿었다가 다른 길로 바꾸어야 하는 삶이란 늘 새로운 선택이다

신작 詩 2022.10.23

실연

실연 / 신타 실에서 끊긴 연 사랑이 채 물들기도 전 이별이라는 말도 꺼내기 전 서로에게서 실과 연이 끊겨버렸다 하늘 저 멀리 나르는 연이 끊긴 연 땅에 떨어진 잎새도 가을날 끊어진 연이리라 연이 끊겼다 해도 죽음조차 마지막이 아니며 하물며 지상에서라면 우린 언젠가를 희망해야 한다 하늘을 떠돌지라도 마음 둘 곳 찾을지라도 지금이 아닌 다른 때일지라도 우린 언젠가 또다시 만나게 되리니

신작 詩 2022.10.20

진화와 창조

진화와 창조 / 신타 이 세상 모든 생물이 박테리아에서부터 진화되었다고? 어림없는 소리! 창조에서 시작되어 진화로 이어지다가 다시 창조가 시작되는 걸 눈으로 보면서도 이를 알지 못하는 어리석음 자전거는 자전거에서 끝나고 자동차는 자동차에서 끝나며 기차와 우주선은 새로운 창조이지 않은가? 창조에서 진화로 이어지다가 새로운 창조로부터 다시 진화가 시작된다는 사실에 눈 감은 그대 이름은 과학자! 예수 그리스도는 일찍이 십자가에 매달려 죽어가면서도 저들이 알지 못하여 그러하오니 불쌍히 여겨 주시옵소서라고 무소부재하고 전지전능한 신에게 빌고 빌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창조에서 시작되었지만 진화를 거쳐 다시 창조가 시작된다는 걸 눈으로 보면서도 모르는 어리석음 종교와 교주에 눈이 먼 그들을 팔아 먹고살고자 하는 그대 ..

신작 詩 2022.10.19

둘이 아니다

둘이 아니다 / 신타 스쳐 가는 풍경은 모두 아름답다 먼 곳이든 가까운 곳의 풍경이든 우리는 모두 운이 좋은 사람이다 그대가 지금 웃거나 울거나 간에 세상은 둘로 나누어져 있지 않다 스스로 원하는 것만이 나타날 뿐 빛과 어둠이 나뉘어 있지 않으며 어둠이 있기에 빛이 있음을 안다 어둠을 멀리하고 저주하기보다 어둠을 밝히는 빛으로 존재하라 마치 거울처럼 모든 것을 비추되 보이지도 않고 아무것도 없는 빛

신작 詩 2022.10.13

언젠가는

언젠가는 / 신타 마지막이란 더 이상 갈 길이 없거나 더 이상 함께 할 시간이 없음을 분명히 알 수 있을 때 쓰는 말이리라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으니 마지막인 것처럼 막말이 아닌 미련을 담아 작별 인사를 하자 죽음조차 마지막이 아닐진대 하물며 지상에서라면 우린 언젠가를 희망해야 한다 지상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지금이 아닌 다른 때일지라도 우린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지니

신작 詩 2022.10.09

믿음의 오늘

믿음의 오늘 / 신타 눈에 보여야 믿을 수 있었으나 이젠 알 수 없어도 믿을 수 있다 내가 모든 걸 안다면 믿을 필요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이미 걸어 본 오늘과 아직 지나지 않은 오늘 어제와 마찬가지로 내일도 또 다른 이름의 오늘이다 앞날이 보이지 않아서 좋다 모든 게 보인다면 세상은 사막과 같을 뿐이다 알 수 없기에 오히려 고맙다 내가 모든 걸 안다면 세상은 우물 안이기 때문이다 무서웠던 사후세계가 이제는 무조건의 사랑 가득한 곳으로 바뀌었는데 예전엔 알 수 없어 불안했던 미래 이제는 뻔한 미래가 되어버렸다 오랜 세월 부둥켜안아 왔던 마음속 두려움에서 벗어나 조건 없는 사랑을 받아들인 것처럼 이제부터라도 어차피 뻔한 미래가 아닌 알 수 없는 믿음의 오늘을 달려 나가자

신작 詩 2022.10.07

파도치는 바다처럼

파도치는 바다처럼 / 신타 어떤 시는 기가 막히고 대부분의 시는 시들하다 내가 쓴 시도 마찬가지다 어떤 때는 누가 쓴 시인가 싶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저 그렇다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기는커녕 내 마음도 울리지 못하는 그냥 그런 시를 쓰면서 시상이 떠오르기를 기다리고 오늘도 세상을 살아간다 고마움 속에서 살아간다 내가 살아있다는 게 말이다 글자로 써놓고 보니 갑자기 궁금해진다 살아있다는 게 무엇일까 스스로 존재함을 의식하는 것일까 아무튼 나는 지금 글을 쓰고 있다 원망과 감사가 혼재하는 내 안에서 지금은 감사함 쪽을 선택하지만 어느 때 또 원망을 선택할지 모르는 그렇다 하더라도 또한 선과 악이 혼재하는 내 안에서 악을 멀리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으며 이 모두를 기꺼이 수용하는 동시에 다만 선의 길을 택하고자 한..

신작 詩 2022.10.04

뱀사골에서

뱀사골에서 / 신타 물빛 파도치는 한여름 계곡이거나 눈부신 가을 단풍 아니어도 그대와 함께 걷는 길 어느새 여름은 지나가고 가을은 아직 물들지 않은 그대와 손잡고 걸었던 길 모처럼 다시 걸어봅니다 맑은 날에 소낙비 쏟아지고 태풍 불어닥치던 날 있었지만 이제는 코스모스 한들거리는 알밤을 주워 그대 손에 건네는 노을이 물드는 저녁 한때입니다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어도 나와 그대 모습 변해 갈지라도 계곡은 여전히 푸르게 빛납니다

신작 詩 2022.09.23

긍게 사램이제

긍게 사램이제 / 신타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와 "긍게 사램이제"라는 구절에선 동감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사람이니 실수를 하고 사람이니 배신을 하고 사람이니 살인도 하고 사람이니 용서도 한다"는 말씀이 어느 경전 구절보다 성스러웠다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와 "긍게 사램이제"라는 간격을 오늘도 나는 걷고 있다 지나가 버린 애증의 기억도 아직 오지 않은 상상도 아닌 나 자신과 그리고 타인을, 실수하고 배신하고 살인하는 우리를 이제부턴 더욱더 용서하고 사랑하리라 감각 속의 사람도 아니며 기억 속의 사람도 아닌 보이지 않는 알 수 없음 무형으로 존재하는 감각 자체와 기억 자체가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는 바로 우리 자신이므로 ★ 겹따옴표는 정지아 작가의 장편소설 '..

신작 詩 2022.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