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331

무아 無我

무아 無我 오늘 문득 내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바로 내려놓음이자 내맡김이라는 생각과 함께. 구름에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마음에 걸리는 게 아무것도 없다. 여기서 나란 내 생각 안에 있는 나를 말함이다. 어쩌다가 나를 내려놓고 보니 (즉 나에 대한 생각을 내려놓고 보니), 그동안 내가 나를 붙들고 있었음이 느껴진다. 이 모든 게 신의 뜻이자 신의 사랑이다. 나의 자유의지가 바로 신의 뜻이요 신의 사랑이니 말이다. 내가 선을 행하고 악을 행하는 게 아니라, 그 모든 게 신의 뜻이요 신의 사랑이라면 내가 내세울 게 무엇이며, 마찬가지로 내가 두려워할 게 무엇일까? 무엇도 나를 내세울 게 없고 무엇도 내가 두려워할 게 없다. 그저 기쁘면 기뻐하고 기쁘지 않으면 기뻐하지 않으면 될 ..

깨달음의 서 2023.05.22

나를 안다는 것

한마디로 우리의 삶이란 '나를 알아가는 것'이며 따라서 삶의 목적은 '나를 아는 것'이다. 일찍이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당시 아테네 청년들에게 '너 자신을 알라.'라고 외쳤으나, 스스로 자기 자신을 안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며 굳이 소리 높여 외치지 않아도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인지를 알고자 한다. 흔히 얘기하는 이른바 깨달음이라는 단어도 결국 자기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인지를 아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깨달음이란 마라톤 완주 테이프를 통과하듯이 어느 한 지점을 통과하는 순간 모든 것이 이해되고 깨달아지는 게 아니라 평지에서 높이를 더해 봉우리가 되고 산이 되며 얕은 물이 깊이를 더해 강이 되고 바다가 되듯이 그렇게 깨달음이 쌓여가는 것이다. 깨달음이 쌓여갈수록 점차 자기 자신에 대하여 ..

깨달음의 서 2023.05.22

주관과 객관의 세계

주관과 객관의 세계 다수가 믿어마지 않는 객관의 세계에서 살든 무소의 뿔처럼 홀로 걸어가는 주관의 세계를 살든지는 저마다의 선택이다 어느 한 쪽을 선택하는 게 아닌 한 쪽을 기준으로 삼되 다른 쪽을 수용하는 것이다 기준이 어느 쪽이냐가 삶의 방향타가 될 것이다 보리수나무 아래 문득 보이는 샛별 아래 내가 있느냐 내 안에 샛별이 있느냐 객관 속에 주관이 있느냐 주관 속에 객관이 있느냐의 문제다 내 몸이 곧 외부세계에 포함된 하나의 대상임을 자각했을 때 나는 어디에도 머물지 않았다 내가 있는 곳은 시공조차 없는 텅 빈 침묵 나는 보이지 않는 무 無 없으면서도 있고 있으면서도 없는 텅 빈 빛 무아無我이면서 분명 존재하는 몸과 마음과 영혼의 삼위일체 객관으로 땅을 딛고 주관으로 하늘을 바라볼 일이다 객관 속에 ..

평면과 입체

평면과 입체 보이는 시각을 비롯한 오감으로 느껴지는 모든 게 바로 절대계 안에서 일어나는 상대적인 모습이다. 상(像)이 우리 두뇌 안에서 맺히는 게 아니라, 바로 물상(物像) 위에 맺히고 외부 세계가 곧 내면세계이며, 상대계 또한 절대계 안에 있는 세계일 따름이다. 우리가 관념적으로 분리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아무리 높이 올라가도 아무리 깊이 파보아도, 우리 눈에 보이는 감각으로는 언제나 평면일 뿐이다. 시각의 대상들은 오직 평면으로 보이며 입체는 상상에 지나지 않는다. 똑같은 사물이라 해도 눈엔 평면으로 보이고 뇌에선 입체로 인식된다. 오감의 감각과 더불어, 반복된 경험과 추론이 입체적 허상을 만들기 때문이다. 여기서 어느 게 옳거나 옳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감각과 인식이라는 게 그러할 뿐이다...

나는

나는 / 김신타 지금의 나만이 아닌 기억 속 모든 나가 합쳐진 그게 바로 나이면서도 나는 언제나 지금 나일 뿐이다 지금이 아닌 나란 없다 지금이란 잡을 수 없기에 나는 그릴 수 없는 없음(無) 아무것도 없음인 나를 기억 속의 나이거나 눈에 보이는 몸으로 착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없으면서도 결코 없을 수 없는 존재 나는 보이지 않으면서도 있을 수밖에 없는 존재 나는, 또는 나라는 것은 기억된 모든 것이면서도 낱낱의 기억은 허상일 뿐 나는 언제나 지금 여기 존재하는

詩-깨달음 2023.05.21

슬프기에 아름다운 날

슬프기에 아름다운 날 / 나신타 여태껏 기쁨만이 가득하길 바래왔지만 슬프기에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 때가 있다 그래서 아름다운 꽃에는 슬픈 전설이 그토록 많은가 보다 우리는 수많은 죽음을 겪으면서도 여전히 새로운 탄생의 기쁨을 노래한다 천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슬픔이기에 지상에 태어나고자 애쓰는 것인지도 모른다 천상에서의 봄 아지랑이 같은 느낌을 지상에서 겨울을 나면서 몸으로 겪어보고자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친절이 무엇인지 용서가 무엇인지 고로 "나와 내 가족에게 왜 이런 일이?" 라는 말은 앞으로 우리 하지 말자 맑은 날 함께 소풍 가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비 오는 날 혼자 걷는 것도 좋지 않은가 슬픔이 아름다움임을 깨닫는 날에

신작 詩 2023.05.03

나의 스승들

한밤중에 나와 별 관계 없이 지나가는 차와 운전자에게는 무관심하면서도, 나와 관계있는 사람에게 나는 무관심을 지나 때때로 분노하곤 한다. 그러나 나와 관계있는 그 사람들 모두가 내게 고마운 분들이다. 나를 기쁘게 하기도 하고 분노하게도 하기 때문이다. 나를 분노하게 하는 것이 지구상에서 그들의 역할임을 나는 지금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나를 화나게 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감사한다. 그들이 모두 나를 깨닫게 한 스승들이기 때문이다. 선인이든 악인이든 모두가 나의 스승임을 깨닫는 지금 이 시간, 기쁨의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흐른다.

깨달음의 서 2023.04.30

속울음

속울음 / 나신타 얼마만큼 눈물이 쌓여야 얼마나 눈물을 흘려야 얼만큼 외로워해야 속으로 우는 울음 울 수 있는 걸까 어릴 때나 나이 들어서나 한결같이 가벼운 눈물 놀림받을까봐 참으려 해도 유리창에 흘러내리는 빗물처럼 온통 구름에 지친 여름날 마른장마와도 같이 쏟아지지 않는 눈물은 무감각한 것인지 심지가 깊은 것인지 내가 알 수 없는 세계다 슬퍼서가 아니라 그의 마음이 느껴질 때 때론 걷잡을 수 없는 폭우처럼 쏟아져 내리는 나로서는

신작 詩 2023.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