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서

무아 無我

신타나몽해 2023. 5. 22. 09:14

무아 無我


오늘 문득 내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바로 내려놓음이자 내맡김이라는 생각과 함께.
구름에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마음에 걸리는 게 아무것도 없다. 여기서 나란 내 생각 안에 있는 나를 말함이다. 어쩌다가 나를 내려놓고 보니 (즉 나에 대한 생각을 내려놓고 보니), 그동안 내가 나를 붙들고 있었음이 느껴진다.

이 모든 게 신의 뜻이자 신의 사랑이다. 나의 자유의지가 바로 신의 뜻이요 신의 사랑이니 말이다. 내가 선을 행하고 악을 행하는 게 아니라, 그 모든 게 신의 뜻이요 신의 사랑이라면 내가 내세울 게 무엇이며, 마찬가지로 내가 두려워할 게 무엇일까? 무엇도 나를 내세울 게 없고 무엇도 내가 두려워할 게 없다. 그저 기쁘면 기뻐하고 기쁘지 않으면 기뻐하지 않으면 될 일이다. 마치 갓난아기가 하는 모습처럼 말이다.

(생각 속의) 내가 있어도 영원하고 (생각 속의) 내가 있지 않아도 나는 영원하다. 여기서 영원한 나란 개체나 개성으로서의 나가 아닌, 전체로서의 나 즉 영적인 무형의 나를 말함이다. 신체적으로 느껴지는 즉 '오감으로서의 나'가 아니라, 감각적으로는 알 수 없는 '영감으로 느껴지는 나'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고 말하는 게 아니라, 신이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또한 행동으로 이어지는 우리의 의지조차, 신이 보내주는 것이라면 말이다.
즉 인간의 자유의지란 다름 아닌, 내면의 신이 보내주는 의지를 다만 우리가 취사선택하는 것이라면 어찌할 것인가?

신 앞에서 내가 잘났다고 내세우지 말 일이다. 힘 빼라. 신의 의지 안에 인간의 자유의지가 있을 뿐이다. 내 생각이 신의 뜻보다 낫다고 착각하지 말라. 신보다 잘났다고 뻐기지 말고 신 앞에서 겸손해져라. 그렇다고 신을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 다만 진정으로 신에게 겸손해져라. 우리 각자의 뜻이 바로 그의 뜻이다.

우리가 생각으로는 신이 전지전능하고 무소부재한 존재라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그를 믿지 못한다. 신보다는 자기 자신이 더 믿을 수 있으며, 확실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신은 인간인 우리가 할 수 없다고 여기는 기적과 같은 일도 이루어낸다. 거기에 더하여 우리가 별다른 생각 없이 일상적으로 행하는 일이 바로 신이 준 능력임을, 나아가 우리 자신이 행하는 게 아니라 신이 행하는 것임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볼 수도 들을 수도 느낄 수도 없다. 다만 보이는 것을 볼 뿐이고, 들리는 것을 들을
뿐이며 느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뿐이다. 나아가 우리가 스스로 숨을 쉬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저절로 쉬어지는 숨과 저절로 떠오른 생각을 뒤늦게 인식하는 것일 뿐이다. 마치 심장이 저절로 뛰는 것을 뒤늦게 인식하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심장과는 달리 호흡이나 생각을 의식적으로 잠시 멈출 수 있을 뿐이다.

자신의 몸과 마음이 세상 속에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세상이 자기 몸 마음 안에 있음을 확연히 체득했을 때 우리는 이를 깨달음이라고 한다.  그러나 '세상에 있는 어떤 사람이나 사물도 내가 없으면 그 어떤 것도 없다'라는 논리대로라면, 내가 나를 보고 있지 않거나 생각하지 않는다면 나조차도 존재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나라는 상이 있을 땐, 내가 없으면 세상도 없다는 주장을 하게 되지만, 나라는 상이 없을 땐, 내가 있거나 없거나 상관없이 나를 포함한 세상은 늘 그대로 여여하다.

즉 스스로 자신에게서 벗어나지 못했을 땐, 내가 없으면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게 되지만, 자신에게서 벗어났을 땐, 내가 바라보지 않아도 삼라만상은 그대로 여여하고 나조차도 영원하다. 개체적이거나 개성적인 나에게서 벗어나 전체로서의 내가 되는 것! 이게 바로 무아 無我이다. 무아를 깨닫지 못했을 때는 내가 없으면 세상도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개체적인 또는 개성적인 나에게서 벗어났을 때는 나를 포함한 세상의 삼라만상은 늘 그대로 존재한다. 변화하고 진화하지만 언제나 거기 그대로다.

자신이 전체(신)가 아니라 부분(인간)이라는 관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을 때, 우리는 여전히 '나'라는 상에 묻히게 된다. 우리의 몸은 부분이자 인간인 '나'라는 상일 뿐, 텅 빈 전체이자 신이 바로 진정한 '나'이다. 세상이 자기 몸 마음 안에 있음을 체득하고 난 다음, 거기서 더 나아가 자신이라는 상에서도 벗어나게 되었을 때 우리는 참된 자신 즉 신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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