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서

내가 답을 가지고 있으면 그게 답이 아니다

신타나 2021. 11. 10. 12:22

내가 답을 가지고 있으면 그게 답이 아니다


어떠한 것도 내가 답을 가지고 있으면 그게 답이 아니다. 고로 이것이다 또는 저것이다가 아니며, 이것과 저것 모두 답이라거나 또는 모두 답이 아니다도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무런 능력도 없이 신의 은총만을 기다려야 하는가? 물론 그건 아니다. 다만 우리가 무언가를 손에 쥐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 탁 놔버리면 그때부터 저절로 모든 게 알아지고 또한 모든 게 우리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다. 영감 靈感을 통해서 말이다.

「모든 것을 버려라, 그리하면 모든 것을 얻으리라.」라는 격언처럼, 자기 스스로 아무것도 규정하지 않고 마음으로 의지하고 있는 모든 걸 내려놓으면 모든 게 저절로 알아진다. 내가 스스로 의존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자신 스스로 이게 옳다 저게 옳다 또는, 이 모두가 옳다거나 이것도 저것도 옳지 않다가 아니라, 내가 아무런 판단도 가지지 않음이다. 즉 내 안에 있는 어떠한 판단에도 스스로 의지하지 않음이다. 스스로 의존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

어느 것에도 의지함이 없이 '텅 빈 침묵'일 때 우리는 반석과 같은 믿음 또는 진리를 얻게 된다. 자신의 생각. 사상. 믿음이 아니라, 어떠한 기준이나 의지처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가 바로, 우리에게 반석과 같은 진리 또는 기준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자신의 의문에 대한 해답을 얻는 게 깨달음이 아니다. 깨달음은 자신이 '텅 빈 침묵' 또는 '텅 빈 빛'임을 자각하는 것이며, 의문에 대한 해답이 밖에 있는 게 아니라, 텅 빈 빛이거나 침묵인 자신의 내면에서 나오는 것임을 깨닫는 것이다.

우리 자신의 몸뚱이는 물론이고 형이상의 생각. 관념. 감정. 기억 등 모든 게 외부 세계에 있다. 그렇다면 내면이란 무엇일까? 내면이란 시간과 공간이 없는 무시공의 세계이다. 내면에서 물질 우주와 형이상의 우주가 펼쳐진다.

우리 저마다의 내면이 우주 전체를 감싸고 있다. 내면에는 시간과 공간이 없으므로 내면에 담긴 외부 세계에서 우리는 시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즉 우리의 신체적 감각과 이에 대한 이성적 지각 등 현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우리 저마다의 내면에서 날마다 일어나고 있음이다.

결론적으로 내면이란, 지금까지 우리가 막연히 생각해왔던 무언가 또는 어딘가의 내부가 아니라, 우주 전체를 감싸고 있는 우리 저마다의 의식을 일컫는다. 또한 의식이란 우리 몸 안에만 있지 않으며, 오히려 몸뿐만이 아니라 유형·무형의 우주 전체를 감싸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의식을 마음이라는 단어로 대체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일체유심조 一切唯心造라고 하기도 하는데, 이때의 마음(심)이 바로 의식을 뜻한다. 의식이라는 심리학적 용어가 예전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이 자신의 의식 (또는 마음) 안에 의지할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우리는 문득 자신이 무엇인지를 깨닫기 시작한다. 모든 것을 탁 놔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종교에서 강조하는 내려놓음 또는 내맡김이다.

서두에 있는 구절인, 「어떠한 것도 내가 답을 가지고 있으면 그게 답이 아니다.」라는 말을 깊이 음미해보라. 이와 비슷한 내용이 '신과 나눈 이야기'라는 책에도 나온다. 자신의 주장을 얘기하고자 한다면 신은 우리에게 해줄 말이 없다고 한다.

「어떠한 것도 내가 답을 가지고 있으면 그게 답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