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 2

환상과 실존

환상과 실존아무리 환상이라 할지라도, 세상이라는 환상이 실존하지 않는 건 아니다. 끊임없이 변하고 유동적이며 결국에는 환상처럼 사라질지라도, 지금 당장은 고체 액체 기체의 형태로 존재하는 실상이다.다만 그것들이 언젠가는 사라지는 잠시 동안의 실상임에도, 우리는 그것이 영원히 존재하는 실상 즉 실재라고 착각하는 것일 뿐이다.우리의 감각 안에 원래부터 들어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마치 망원경이나 현미경처럼 처음부터 그것들 안에 들어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즉 우리가 보고 있는 세상이란, 감각이라는 유리창 또는 망원경이나 현미경을 통해 세상에 있는 사물 즉 대상을 보고 있는 것이다.그런데 이러한 도구들과는 달리 우리 인간은 지금 감각되고 있는 상 像에 더해, 이성에 의해 편집되고 교정된 기억 속에 저장된 상..

깨달음의 서 2025.03.11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우리 몸을 비롯한 지상에 있는 대상이 환상인 게 아니라, 대상을 지각하는 몸과 마음을 나라고 착각하는 게 곧 환상이다. 오감에 의해 지각되는 몸이나, 몸을 통해 지각되는 마음을 나라고 믿는 우리의 관념이 곧 환상이요 허상이다. 그런데 우리는 오감으로 지각되는 몸과, 몸과 함께하는 의식에 의해 지각되는 마음을 오랜 세월 동안 나 자신으로 생각해 왔다. 저녁 어스름에 집에 찾아온 손님을, 우리는 어쩌다 다른 사람으로 잘못 보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내가 그 손님을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것이지, 그 손님이 다른 사람인 것은 아니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몸이나 마음을 우리 자신인 것으로 생각하는 게 환상이지, 우리 몸을 비롯한 지상에 있는 물리적 대상이 환상인 것은 아니다.그런데 붓다..

깨달음의 서 2024.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