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또는 수필

인간의 지나친 자기애에 대하여

신타나몽해 2010. 1. 28. 05:20

인간은 다른 동물이나 식물에 비하여 자기애가 지나치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점을 다른 동물에 대한 인간의 우월성 또는 장점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인간의 지나친 자기애는 다른 동물에 비하여 오히려 열등한 점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이는 덩치가 크고 지능도 높은 오랑우탄이 지능도 낮고 덩치도 작은 다른 동물과 싸울 때 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즉 자기애가 강하다는 것은 사랑의 감정보다는 두려움의 감정이 크다는 뜻으로 우리는 아래 멧돼지의 행동에서 사랑의 감정을 배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가진 이러한 두려움의 배경에는 죽음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을 증폭시켜 자신들의 영리목적을 충족시켜 온 종교단체와 이른바 종교 성직자들의 책임이 크다 할 것이다. 각설하고,

 

멧돼지 암컷은 늑대와 같은 다른 동물들의 접근을 감지했을 때, 데리고 다니던 새끼들을 일단 안전한 곳에 피신시켜 놓고는 정작 자신은 죽음을 각오한 채 늑대 무리에게 자신의 위치를 일부러 노출시켜, 새끼가 있는 곳에서 먼 곳으로 늑대 무리를 유인한 뒤 그곳에서 늑대 무리와 싸우다가 결국 자신의 생명을 잃는 이른바 희생 전법을 쓴다.

 

자기애가 강한 인간으로서는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행동이라 아니할 수 없다. 늑대에 의해 생명을 잃을 수 있음을 직감하면서도 자신의 생명을 서슴없이 버리는 어미 멧돼지의 행동은 동물의 본능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인간인 우리가 배워야 할 표석으로 삼아야 마땅하다.

 

이번에는 같은 늑대와 멧돼지 이야기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내용이다.

 

늑대와 멧돼지 이야기에서 잡아먹는 늑대는 말 그대로 악마이고 새끼 대신 잡아먹히는 멧돼지는 천사인가?

 

여기에 대하여 그렇지 않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그 멧돼지도 다른 때 자신보다 힘이 약한 새끼 딸린 동물을 잡아먹었을 터이다.

 

어미 멧돼지의 행동은 천사지만 늑대의 행동도 우리가 평소 음식을 먹고 마시는 것처럼 생존에 필요한 행동에 불과할 뿐이다. 달리 얘기하자면 그저 그런 것이다. 우리가 생존을 위하여 일상적으로 먹고 마시는 행동이 악마의 행동이 아니듯이 말이다.

 

고로 결론은 이 세상에 악마는 없으며 천사만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이 세상에 악은 없고 선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까지 이해한 누군가는 이렇게 얘기할지도 모른다.

 

늑대가 배고파서 멧돼지를 잡아먹은 것은 죄가 아니지만, 새끼를 데리고 다니는 멧돼지를 잡아먹은 것은 잘못이며 또한 우리 인간에게 해당되는 얘기지만 배고파서가 아니라 심심풀이나 여흥으로 다른 생명을 죽이는 일은 잘못이라고.

 

그러나 우리 자신의 입장이 아닌 생명을 잃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본다면, 힘센 자가 배고파서든 여흥이든 자신의 생명을 잃는 건 마찬가지이며

 

새끼를 데리고 다니는 것과 혼자 다니는 것을 구별해서 잡아먹는다는 것도 인간이 가진 자기애의 또 다른 표현일 뿐이거나 감정적 자기만족일 뿐이다.

 

이 세상 그 어떤 행위도 죄악이 아닌, 선이거나 아니면 적어도 그저 그런 것이다.

 

다만, 인간이 사는 이 세상에 법이 있고 어떤 행위를 죄로 정하여 벌하고 있으며, 또한 실제로 그러한 법이 있어야 하고 처벌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 인간의 능력이 부족한 때문일 뿐이다.

 

 

자란 김석기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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