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시

늑대 / 김성수

신타나몽해 2018. 10. 7. 15:16

늑대 / 김성수(金聖秀)
 
 
 
네 성껏 욕해다오
 
나는 가난한 네 목덜미를 움켜
핏줄기 솟구칠 때에도
너를 동정하지 않았다
 
나는 네게로
피에 주린 이빨을 세워
바람처럼 달려갔다
 
네 고통과 죽음
그런 높은 생각들엔
일말의 관심도 없었다
 
다만 길들여지지 않는 본능으로
척박한 이 땅에
침엽(針葉)처럼 살아내야 했을 뿐
 
그러나
가끔씩 서러움이
눈발처럼 쏟아지는 밤
 
네 피로 물든 툰드라 언덕에
비명같이 달빛 번지는 밤
 
싸늘한 한기 등줄 적시고
내가 삼킨 이름들이
무서리로 짖눌러 내리는 밤
 
어찌하지 나는...
먼 하늘
고개 젖혀 우-우-
몰수이 울어야 하는 이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