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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나의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신타나초 2011. 6. 2. 21:06

 
 
 

나의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 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여성』3권 3호, 1938. 4)
 
 
 
 
 
*출출이 : 뱁새

 

마가리 : '오막살이'의 평안도 방언.

 

고조곤히 : '고요히 소리없이' 평안도 방언.

 
 
 
 
 
 
 
 


Beethoven, Piano Sonata No. 8 in C minor, Op.13 `Pathetique`



 
 
 

 

출처 : 도봉산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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