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믿음의 세계

인간의 본성과 이성

신타나몽해 2005. 6. 15. 09:24


인간의 본성과 이성


<1>

인간의 본성(本性)은 협의의 본성과 광의의 본성으로 구분되며
협의의 본성이란 감성(感性)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리고 광의의 본성이라 함은 협의의 본성인 감성에 이성(理性)을 더한 것을 말하며
이 광의의 본성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곧 자연(自然)이라 할 수 있다.
감성과 이성이 합쳐진 인간의 본성은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자연에 불과하다.

인간의 모든 생각이나 행동은
사자나 호랑이의 그것과 같으며 토끼나 다람쥐의 그것과도 같고
들에 핀 들국화나 산에 핀 진달래와 같다.

고로 인간의 모든 생각이나 행동은
선도 악도 아닌 하나의 자연에 지나지 않지만
다만 인간의 세계에서 인간의 판단에 의하여 선(善)과 악(惡)으로 나누어질 뿐이다.

한 마디로 선과 악은 신이 만들어 놓은 기준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의 필요에 의하여 만들어 놓은 기준일 뿐이다.
신의 입장에서 볼 때 인간의 모든 것은 하나의 자연에 해당한다.


<2>

협의의 본성인 감성이 주된 것이며 이성은 보조적이다.
인간의 본성은 선(善)도 악(惡)도 아니며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자연(自然)인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본성이
타인의 본성과 충돌하였을 때 필요한 것이 이성이다.
강한 성충동이나 이성(異性)에 대한 사랑이 나쁜 게 아니라
지나가는 여자를 강간한다든지 아니면
싫다는 이성(異性)을 억지로 자기 배우자로 만들려고 하는 행동이 나쁠 뿐이다.

이런 때 이성(理性)이 필요한 것이며 이성도 그 빛을 발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성이 협의의 본성인 감성보다 나은 것은 아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이성에 대한 환상을 깨버려야 할 때가 되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협의의 본성인 감성은 하위의 감정이고
이성이 인간의 고결함을 지켜주는 높은 덕목으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감성이 없다면 이성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운동 경기의 선수도 없는 데 심판이 무슨 소용이며
다니는 자동차도 없는데 신호등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우리는 어리석게도 지금까지
운동선수보다 심판을 더 훌륭한 존재로 동경해 왔으며
자동차보다 신호등에 더 고마움을 느껴야 한다고 주장해온 꼴이다.

감성과 이성을 비유하자면
다리를 다쳐 의족을 한 사람의 원래 다리가 감성이며
새로 만들어 붙인 의족은 이성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다.

고로 감성이 이성보다 더 좋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기는 하나
인간의 감성도 좋은 것이며 이성도 역시 좋은 것이다.
없는 다리 대신 의족으로 덜 불편하게 산다면 좋은 일이지 않은가.
심판 없이도 운동경기를 진행할 수는 있지만 있으면 더 좋은 것이며
신호등 없이도 교차로를 지날 수 있지만 있으면 더 좋은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인간의 본성이 선하니 악하니 하고 말하는 것은
호랑이가 토끼를 잡아먹는 모습을 보고 악하다고 하고
토끼가 토끼풀을 뜯어 먹는 모습을 보고 선하다고 하는 것과 같다.
호랑이는 토끼를 잡아먹고 살도록,
토끼는 토끼풀을 뜯어 먹고살도록 태어났을 뿐인데도 말이다.

그 모두가 선도 아닌 악도 아닌 자연인 것이다.
인간의 본성도 마찬가지로 선도 아니며 악도 아닌 자연(自然)일 뿐이다.

그런데 때때로 인간이 악의 길로 빠지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실연(失戀)을 당했을 때 인간의 감성은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시(詩), 그림 또는 음악으로
마음을 담아내려 하거나 아니면 눈물을 흘릴 뿐이지만
인간의 이성은 실연이라는 현실을 부인하며
상대방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골몰한다.

그리하여 상대방의 마음이 돌아선다면 괜찮겠지만
한 번 돌아선 마음이 요지부동일 때
이성은 선이 아닌 악의 길로 빠지기도 한다.

이는 실연의 경우에서 뿐만이 아니라
세상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모든 경우에 적용된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을 때
인간은 이성을 동원하여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며
그 과정에서 선과 악으로 나누어지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인간의 감성 즉, 본성이 선하거나 악한 것이 아니라
감성이 이성의 도움을 받아 원하는 일을 행했을 때
인간의 행동은 선과 악으로 나누어질 수 있으므로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한 것은 감성이 아니라 바로 이성이며
이는 인간의 기준으로 구분했을 때 그렇다는 것일 뿐
신의 입장에서는 이 모든 것이 그대로 하나의 자연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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