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07 3

빠루의 철학

빠루의 철학 / 신타 '빠루'는 '노루발못뽑이'여야 하고 '철학'은 '철학'으로 해도 되는가 먹물의 애국심은 이런 것인가 일본에서 '도카타'일지라도 우리나라에서 '노가다'로 바꾸어 쓰면 안 되는가 노가다 현장에서 먹물이 어쩌다 잡부로 일하는데 빠루 가져오라는 소리에 '노루발못뽑이' 말인가요 하고 묻는 사이 날아오는 빠루에 맞아 죽었다는 말 언젠가 노가다 다닐 때 들어본 적 있는 것도 같다 호랑이 담배 물던 시절쯤에

신작 詩 2022.02.07

지구

지구 / 신타 네게서 나온 뼈조차도 화석으로 만드는 너는 식탁이자 화장실이며 보석이자 쓰레기이다 네게서 자란 식탁에서 몸의 기운을 이어가고 네게서 캐낸 보석으로 온몸을 치장해온 나는 마음대로 파헤쳐 얻고 제멋대로 불평을 하는 늘 나를 지켜보던 너는 물과 불 바람의 땅에서 어쩌다가 한번씩 내게 가르침을 주기도 했다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공존해야 살 수 있다는 번번이 가르침 받고도 또다시 부수고 세운다 공존을 잊고 나를 위해 너를 잊고 나만을 위해

신작 詩 2022.02.07

커피에 대한 기억

커피에 대한 기억 / 신타 대합실에서 옆에 앉아 마실 때는 커피 향으로 가득한 시간이었으나 차창 안의 너를 배웅하고 돌아설 때 문득 커피의 쓴맛이 입안을 감돌았다 너와 함께 할 때 오늘은 충만함 가득한 날인 듯했으나 헤어지고 난 뒤 나는 대합실에 돌아와 너를 찾는다 너와 함께 했던 시간과 따뜻한 커피에 대한 기억 함께 할 때와 헤어질 때가 같지 않음을 새삼 깨닫는다 그러한 것처럼 손끝이 아리는 찬바람 한창인 겨울날이지만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기운 함께 할 날도 멀지 않았으리라 세상의 모든 존재가 자신과 함께 너와 나를 너와 나 또한 우리를 위해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므로

신작 詩 2022.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