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 33

어떤 가르침

어떤 가르침 / 신타 하는 일은 다르지만 같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커다란 강의실에 앉아 쉬는데 더도 아닌 둘만이 있는데 먹을 걸 저만치서 혼자 먹는다 뭐라고 할 수도 없고 내가 먼저 먹을 걸 건네도 받기만 할 뿐 줄 줄을 모른다 겨울철이므로 신은 부츠조차 그녀가 신었기에 꼴도 보기 싫다 지적 장애가 있다는데 겉보기엔 멀쩡한 말도 잘하고 자기 일도 꽤 잘하는 그녀를 일터에서 만난 것은 나를 위해서 일어난 일이리라 기분 좋지 않은 사람 만난 일조차 나를 위해서 일어난 일이라는 가르침 언뜻언뜻 그녀 모습 보일 때마다 미운 마음이 얼마나 오래 갈지 모른다 스스로 나를 괴롭히는 짓이지만 직관이라는 직접 통하는 영감으로도 내 안의 감정 쉬 사라지지 않는다 얼마의 세월이 더 지나야 모든 감정이 하나로 합쳐진 사랑..

詩-깨달음 2022.02.25

처처에 맞는 말이다

처처에 맞는 말이다 / 신타 해당하는 사람에게는 맞는 말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틀릴 수도 있는 모든 게 진리라는 뜻인 동시에 진리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존재하는 모든 걸 허용할 뿐 삶조차도 한계를 두지 않는데 어떤 것도 내가 단정 짓지 말자 내게 싫은 것일지라도 인정하자 석가모니가 열반하기 전 남긴 내가 법을 설했다고 하지 마라 나는 한 마디도 설한 바가 없다 라는 말씀도 처처에 맞을 뿐이다

詩-깨달음 2022.02.24

상수멸 相受滅

상수멸 相受滅 / 신타 생각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감정과 느낌 또한 마찬가지다 생각과 감정을 없애야 한다는 가르침 생각과 감정이 없어졌다는 착각일 뿐 개구리 올챙이 적 기억하지 못함이다 저마다의 생각과 감정 잠시 잊을 수 있다 해도 영영 사라지지는 않는다 잠시 옆에 두거나 선반 위에 올려놓아도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 생각과 감정에서 벗어나 보라 옆에 두어도 없어지지 않는다 잠시 잊어도 아무런 상관없다

詩-깨달음 2022.02.24

깨달음의 힘

깨달음의 힘 / 신타 삶이란 받아들임이다 우리가 살아간다 함은 시간적으로 받아들이고 공간적으로 받아들임이다 어릴 때의 조건 없는 받아들임 속 성장하면서의 조건적인 받아들임 뒤 조건 없는 받아들임으로 다시 바뀔 때 우리는 영적인 아이로 돌아가는 것이다 어느 순간 문득 느껴지는 게 시간적인 깨달음이라면 자기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게 공간적인 깨달음이다 어제 받아들이지 못했던 일을 오늘 받아들일 수 있으며 어제 받아들이지 못했던 사람을 오늘 받아들이는 게 깨달음의 모습이다 주위에 있는 남을 밝히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기 주위를 밝히는 것이며 우주와 하나임을 자각하는 것이다 우리 삶과 삶에서의 깨달음이란 내가 분명 맞는 얘기를 했는데도 상대방이 틀렸다고 대답할 때 그조차 받아들일 수 있는 힘 그게 바로 깨달음의..

詩-깨달음 2022.02.24

정월 대보름

정월 대보름 / 신타 50년도 더 지난 어린 시절 보름밥 얻으러 다닌다는 얘기 들어본 적은 있지만 직접 다닌 기억은 잘 나지 않는 추억 속의 보름밥 테이크 아웃 커피 통에 담아 손수 전달하는 선한 이웃이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늘 혼자 보내는 점심시간이 정월 대보름 달처럼 환하다 찾아가는 서비스라는 말이 있듯 찾아오는 인정은 빛나고 아침 나절 내린 흰 눈 온 세상이 하얗다

신작 詩 2022.02.22

나는 삶의 자랑이라

나는 삶의 자랑이라 / 신타 나의 있음조차 삶의 능력 덕분이며 내 능력 하나도 빠짐없이 삶으로부터 부여받은 것이다 명예도 창피도 기꺼이 내려놓자 모든 걸 받아들이며 삶의 선물임을 깨닫자 내가 판단하지 말자 삶 앞에서 바보가 되자 삶을 향한 해바라기가 되자 나를 내세우는 바보가 되지 말자 앎이 내 안에 없으며 삶의 선물에 들어있을 뿐 기억이 내 안에 없으며 삶의 선물에 들어있을 뿐이다 삶의 선물이 곧 나이며 나는 또한 삶의 자랑이라 내 안에 삶이 들어와 있으며 내가 삶의 품에 안겨있음이라

詩-깨달음 2022.02.20

내 안의 거미줄

내 안의 거미줄 / 신타 내가 없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명상을 하거나 또는 걷다가도 내가 없음이 느껴질 수 있다 남 탓하지 말라는 건 무슨 뜻일까 타인을 탓하기 전에 자신을 탓하라는 말일까 내가 없음이 느껴진다는 건 내가 어디로 사라지는 게 아니라 판단 기준이 없을 때 생기는 환상이다 나와 남 누구도 탓하지 않으려면 내면의 기준을 녹여 없애야 한다 내 안의 거미줄을 걷어내야 한다 모든 일이 나를 위해 일어나므로 남을 탓하지도 말고 그렇다고 자신을 탓할 일도 아니다 오히려 범사에 감사할 일이다 내 앞에 닥치는 모든 일에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詩-깨달음 2022.02.20

낮달

낮달 / 신타 아쉽고 따뜻한 배웅 받으며 나선 기차역 가는 길에 있는 공원 아침 해는 동녘 하늘 붉은데 정월 대보름 며칠 지나지 않아서인지 보기 드물게 커다란 낮달이 하얗다 낮달은 그녀 마음이며 아침 해는 내 마음인 듯 뜨거운 아쉬움은 눈가에서 촉촉해지고 체한 것처럼 가슴 먹먹하다 내려놓는다는 건 마음이 아니라 기억이다 우리가 붙들고 있는 건 기분이거나 느낌이 아니라 이에 대한 기억이기 때문이다 마음이란 순간이며 우리는 기억에 계속 붙잡혀 있을 뿐이다 내려놓지 못하는 기억에 사로잡혀 있음이다 낮달을 본 기억 체한 것 같은 먹먹함 기차를 스치는 바람처럼 모두 내려놓으리라 다시 불어오리니 [ 공주사대부고 19회 졸업생, 2022년 문집 '가본 길' 상재 ]

내면이란

내면이란 / 신타 우주에 둥둥 떠 있는 지명이나 주소가 아닌 어딘지 누구도 알 수 없으며 알 수 없지만 지금 내가 있는 곳 유형의 몸뚱이 아닌 아무것도 없음인 동시에 모든 걸 기억하는 존재인 내가 지각되지 않는 내가 살아있는 내면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없는 것도 아닌 시간도 없고 공간도 없으며 내면이라 불리는 알 수 없는 곳 삶의 품 안이자 있지도 없지도 않은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없지만 있을 수밖에 없는 거기

詩-깨달음 2022.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