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 43

영원한 무한

영원한 무한 / 신타 미물은 당신이 아니라 당신 몸이야 우리는 흔히 자신과 자신의 몸뚱이를 혼동하곤 하지 나라는 것은 우리 몸처럼 먼지보다 작은 미물이 아니라 오감으로 느끼는 물질 우주는 물론 형이상의 세계를 포함하는 텅 빈 침묵 「응무소주 이생기심」이란 없음에서 오감 즉 색을 비롯한 수상행식이 일어난다는 뜻이지 색수상행식 色受想行識이란 오감과 감정과 생각과 의지 그리고 기억을 뜻하는 말이며 이 모든 걸 합치면 마음이 되지 물질인 우리 몸뚱이가 미물일 뿐 당신이나 나나, 우리는 우주 전체야 유형과 무형이 함께 노니는 우주 전체! 그리고 전체란 가장 큰 하나가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없음의 있음'일 뿐 없음만이 시작과 끝이 없는 영원한 무한일 수 있으니

詩-깨달음 2022.03.31

단풍이 노을에게 쓰는 편지

단풍이 노을에게 쓰는 편지 / 신타 파도의 출렁임을 받아들이는 바다가 되자 영화의 모든 장면을 받아들이는 스크린이 되자 내 앞을 지나가는 일상의 현실이 나를 위해서 일어나는 사랑의 현현 顯現이다 무위 無爲란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아니라 내가 바로 무위임을 자각하고 체득함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생각이 떠오를 때 느낌대로 행하고 결과에 기뻐하는 것이다 소망하는 바를 내 손으로 이루는 게 아니라 소망까지도 내가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두려움 때문에 무언가를 애써 생각하지 말자 애쓰지 않아도 일어날 일은 늘 일어난다 초심 初心이란 굳은 땅을 뚫기 위한 촉일 뿐 자라면서 꽃이 되고 향기가 되어야 한다 언제까지 초심이라는 새싹일 수는 없나니 씨앗을 잉태하는 향기를 내뿜어야 한다 꽃이 져야 열매를 맺고 씨앗..

詩-깨달음 2022.03.30

깨달음 후에 일어나는 일

깨달음 후에 일어나는 일 1. 서론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은 모두 하나의 바탕에서 일어납니다. 시각의 바탕이 따로 있고 촉각의 바탕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그 모두가 하나의 바탕에서 일어났다가 사라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시각과 청각 또는 시각과 후각, 미각과 촉각 등등, 어느 하나의 감각과 다른 감각을 동시에 인식할 수 없습니다.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것도 청각과 시각이 순간순간 교대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이지, 두 가지 감각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인간은 오로지 하나의 감각이 일어났다가 사라진 후 다른 감각을 느낄 수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이들의 바탕은 여러가지가 아니라 하나입니다. 하나의 바탕에서 인체의 오감이 각각 일어났다가 사라집니다. 그 하나의 바탕을 우리는 마음..

깨달음의 서 2022.03.29

생의 매듭

생의 매듭 / 신타 누구에게나 무엇에게나 출발과 매듭이 있다 수선화는 알뿌리로 살구꽃은 열매로 사람도 마찬가지 꽃처럼 피어난 몸에서 사랑으로 만나는 암술과 수술 밤마다 매듭짓고 다시 출발하는 아침 어느 한 철이 아니라 날마다 피어날 수 있는 꽃 낮에서 밤으로 밤에서 낮으로 생의 매듭은 어김없이 이어지고 마지막 매듭은 다만 보이는 꽃으로가 아니라 아지랑이처럼 흔들리는 봄 보이지 않는 계절로 사라진다 수선화도 살구꽃도 여러 생을 꽃 피우는데 사람은 어찌 한 생으로 꽃 피우고 매듭지을까 겉모습을 달리할 뿐 끊임없이 피고지는 계절 사라질지라도 생은 눈에 드러나지 않는 영원

詩-깨달음 2022.03.28

철없는 사람들끼리

철없는 사람들끼리 / 김신타 철들자 망령 날까 봐 나는 철들지 않으련다 지난가을 단풍철 잎조차 바람에 모두 날려버렸다 철들지 않은 바람 그냥 이렇게 살련다 봄에는 봄바람이었다가 가을엔 산들바람으로 부는 그땐 철이 없었노라는 그런 얘기보다는 차라리 예나 지금이나 철이 없는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다 철없는 사람들끼리 함께 익어가는 세월에 저녁노을처럼 붉게 번지는 철 지난 얘기 다시 나누고 싶다

신작 詩 2022.03.28

얻음도 버림도 아니다

얻음도 버림도 아니다 / 신타 사람과 사건에 대한 축복과 허용 내면에서 일어나는 출렁임에 대한 기꺼운 받아들임만이 있을 뿐 얻을 것도 버릴 것도 없는 세상 기꺼이 한 그루 나무가 되어 햇볕만이 아니라 비바람조차 허용하고 받아들이는 가운데 오직 태양을 향하는 발걸음 안팎을 구분하지 않으며 스스로 철조망을 치지 않는 다만 영원히 성장하는 내면 꿈꾸는 나무일 따름이다 얻음과 버림이 없다고 해서 변하지 않는 바위가 아니라 빼거나 더할 게 없을 뿐 늘 살아 움직이는 생명이다 스스로 담을 쌓지만 않는다면 원하는 모든 게 이루어지는 살아있는 우주가 만들어내는 물결치듯 출렁이는 매스게임

詩-깨달음 2022.03.28

오늘이 좋다

|구례 산동 산수유 마을에서| 오늘이 좋다 / 신타 하루 전날 올라오기 위해 퇴근 시간 기다리는 마음은 10분을 마저 채우지 못하고 그만 기차역으로 향한다 수년 만에 참석하는 모임 기차를 타고 가면서도 왠지 설레는 마음은 나조차 어쩔 수가 없다 연륜이 얼굴에 나타나며 서로의 주관이 확고할지라도 사십여 년 세월이 흘렀어도 고교 동창들이 다시 만난다 그 시절로 돌아갈 순 없다 해도 그때 기분에 젖을 수는 있을 터 몸은 언제나 현재일지라도 기억은 과거로 돌아가는 오늘 힘겨웠던 지난날도 좋으며 모처럼 친구들과 만나는 이제 나는 오늘이 좋다 오늘은 오늘이 좋다

신작 詩 2022.03.26

꿈의 세계

꿈의 세계 현실 세계는 절대계 속의 상대계인 반면, 꿈의 세계는 상대계 속의 절대계이다. 그러므로 꿈꾸면서 우리는, 절대계의 존재 형식과 우리 자신의 실체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나면, 불교 경전이나 '신과 나눈 이야기' 라는 영성 관련 책에 나오는 것처럼, 현실 세계가 환상임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깨고 싶지 않은 꿈이든 악몽이든 우리가 꿈을 꾸고 깨어났을 때, 꿈속에 있었던 자기 자신은 물론이며 다른 사람도 건물도 시간도 공간도 모두 사라진다. 유일하게 남는 것이라곤 기억뿐이다. 그리고 꿈속에 내가 없는 경우란 없다. 모든 꿈속에 '나'라는 존재가 있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이처럼 꿈속의 절대계든 현실 속의 상대계든 '나'라는 존재가 없을 수는 없다. 다만 ..

하나 그리고 둘

하나 그리고 둘 / 신타 창가에 앉아 봄비 내리는 소리 맞으며 오픈마켓 라이브커머스라는 낯선 이름의 홈쇼핑 촬영 포기하고 싶은 마음 구겨진 용기를 다림질하듯 펴본다 바이올린과 거문고 선율도 저마다의 색깔과 향기로 선 채 하나의 화음을 낼 수 있으며 홀로 설 수 있어 자유롭고 함께하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아무런 기대가 없을 때 포기는 열정으로 변하며 불안은 용기로 바뀐다 하나에서 둘로 나뉘었다가 다시 하나가 될 뿐이다

신작 詩 2022.03.21

생리와 심리와 윤리에 대하여

생리와 심리와 윤리에 대하여 (고미숙 고전평론가의 글을 보고) 윤리란 자기규정일 뿐이다. 우리는 흔히 윤리가 사회 또는 하늘에서 정해지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윤리란 각자의 의식 안에서 만들어진다. 물론 타인의 말이나 글을 참고해서 만들어지는 것이지, 혼자 독단적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기에 윤리가 외부 세계에 있는 것으로 느껴지지만, 외부에 있는 타인의 언행을 참고해서 자기 스스로 만드는 것일 뿐이다. 자신이 만든 윤리에 대한 자기규정 (우리는 이를 관념이라고 칭한다)에 따른 행동이, 타인의 윤리 의식에 영향을 미치고 타인의 행동이 또한 내 윤리 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식이다. 마치 불교에서 말하는 인드라망처럼 서로 연결된 구조다. 결론적으로 윤리란 하늘에서 떨어지는 명령도 아니며, 또한 어느 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