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깨달음 272

고요함의 목소리

고요함의 목소리 / 김신타 ㅅ으로 시작하는 사전에는 사랑과 시 그리고 생각 술과 삶이 사탕처럼 수북하다 시작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살다 보니 언젠가 내 삶에도 사랑의 감정과 시가 나타났고 생각하는 게 늘 좋았으며 술을 즐기게 되었고 삶에서 두려움이 사라졌다 철밥통이라는 공무원 생활도 낙엽처럼 흔들릴 때가 있었으며 어쩌다 술을 마시면 이내 잠들었다 십수 년 후 혼자 읽으며 눈물 흘렸던 친구가 보여준 신문에 난 시조차 그냥 무덤덤한 글로 보였다 사람과 동물 식물과 사물에 대한 감정도 그저 피할 수 없는 대상이었을 뿐 땡볕에도 노을이 물들기 시작했다 사랑이라는 만남과 이별이 있었으며 그때마다 시가 움텄고 어느 해 문득 봄이 느껴졌으며 먼발치서 아카시아 향기가 날아왔다 술을 마시면 시가 활활 타올랐고 삶조차도 ..

詩-깨달음 2023.01.03

당신의 뜻이라면

당신의 뜻이라면 / 김신타 내 뜻이 아니라 나만의 뜻이 아니라 전체의 뜻이라면 온 우주의 뜻이라면 당신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내 몸 안에 있는 세포가 제 뜻만을 고집하여 종기로 도드라지고 종양으로 번져나간다면 나는 그곳을 도려낼 것입니다 그들의 세력이 점점 커져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때 나는 내게서 모든 세포를 정리할 것입니다 이제부터 그들과 나는 서로 다른 길로 접어들겠지요 그들은 또 다른 세포의 길로 갈 것이며 나는 세포가 필요 없는 곳으로 갈 것입니다 그들은 여전히 이곳에 머물 것이며 나는 보이지 않는 세계로 떠나갑니다 다시 돌아오고 싶을 수 있겠지만 고름과 암세포의 모습에서부터 또 다른 형태로 변신하는 여행도 좋지만 나는 이제 그만 몸에 순응하고자 합니다 나만의 개성보다는 당신의 뜻에 따르고자 ..

詩-깨달음 2023.01.02

신의 아바타

신의 아바타 / 김신타 신이 내가 되는 것이지 내가 신이 되는 게 아니다 부모에게서 자녀가 태어나는 것이지 자녀에게서 부모가 태어나는 게 아니며 닭에서 알이 나오는 것이지 알에서 닭이 나오는 게 아닌 것처럼 내가 신이 되는 게 아니라 이미 신이었음을 깨닫는 것이다 신으로부터 내가 된 것이지 내가 신이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까지 우리는 자신이 곧 신의 화현인 줄 자신이 신의 아바타인 줄 꿈에도 몰랐을 뿐이다 나는 곧 신의 화현이다 나는 곧 신의 아바타이다 신이 곧 나인 것이다 내가 곧 신인 것이다

詩-깨달음 2022.12.13

저마다 세상에서

저마다 세상에서 / 신타 저마다 '나'를 빼낸다면 세상에 남는 게 무엇일까 세상을 나 혼자 살 수 없듯 무엇도 나를 벗어날 수 없다 세상과 삶이 바로 나이며 내가 곧 세상이자 삶이기 때문이다 우리 저마다의 삶은 나 아닌 게 없는 세상 저마다의 삶 안에서 서로 배역을 바꾸는 것이며 누구나 저마다의 세상을 몸과 마음, 영혼으로 살고 있음이다 태양이 도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지구가 도는 것이듯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일 뿐 우리는 모두 신이자 하나이다 몸이 아니라 내면으로서 하나인

詩-깨달음 2022.11.19

무아 無我로서의 나

무아 無我로서의 나 / 신타 나란 유형 有形의 존재가 아닌 무형 無形으로 존재하는 영원함 생각 속에 있는 나는 실상이 아닌 허상이며 무아란 내가 없다는 뜻 아닌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보이지 않아도 지금 여기 무아로서 존재하고 있음이다 물과 함께하는 물결이라고나 할까 나를 따라왔다가 때가 되면 사라지는 몸으로서의 나 윤슬처럼 반짝여도 무아로서의 나 낮은 곳을 채우는 영원함

詩-깨달음 2022.11.05

내맡김의 평안

내맡김의 평안 / 신타 어리석은 내가 그때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여기 있을 수 있다 이제는 어리석음을 아는 나도 그때의 어리석었던 나도 모두가 사랑스럽다 신에게 내 주장을 내세우지 않게 될 때 삶에서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 때 나는 비로소 사랑에 대한 믿음을 가진 것이다 사랑 자체인 신에 대한 깨달음의 믿음을 말이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는 바이블 구절처럼 스스로 염려함 없이 바라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소망을 이루는 지름길이자 신의 사랑을 보게 되는 거울이리라 욕망을 갖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니라 조건 없는 사랑을 믿어야 하는 것이다 이유가 있어서 받는 사랑이 아니라 아무런 이유 없이 받게 되는 사랑이다 불안함을 거부하는 평안함이 아니라 불안조차 감사하는 내맡김의 평안이다

詩-깨달음 2022.11.05

이런 마음이 필요합니다

이런 마음이 필요합니다 / 신타 나는 상처받아서는 안 된다 이런 마음 아닌 상처받을 수 있다 상처받아도 괜찮다 사고가 일어나면 안 된다 이런 마음 아닌 일어날 수도 있다 일어나도 상관없다 이런 마음이 필요합니다 일단은 모든 걸 받아들인 뒤 받아들인 다음 반응하는 겁니다 그래도 늦는 일이란 결코 없습니다 오히려 빠릅니다 후회할 일이 없습니다 일단 받아들이고 난 뒤에는 어떤 일이든 내게 좋은 일입니다 받아들인 다음에 내가 행하는 모든 일은 몸마음 아닌 영혼의 뜻입니다 영혼이 행한 일 기쁘게 받아들이세요 우리 뒤엔 보이지 않는 손이 있습니다 모두의 뒤엔 따뜻한 마음이 있습니다 무언가를 우리가 애써 거부할지라도 그조차 받아들이는 사랑이 있습니다

詩-깨달음 2022.10.27

0과 동그라미

0과 동그라미 / 신타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존재하지 않음을 뜻하는 모순 아무것도 없음을 뜻하지만 스스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내 몸이 0과 같은 존재임을 알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의미를 담고 있는 있으면서도 없는 것임을 모르는 오늘도 동그라미 같은 내가 그 안에 많은 것을 담고자 한다 아무것도 없는 동그라미 안에 모든 것이 담겨있음을 모르는 채

詩-깨달음 2022.10.25

아무것도 아닌 동시에 모든 것인

아무것도 아닌 동시에 모든 것인 / 신타 눈에 보이고 몸으로 느껴지는 이것이 내가 아니다 내 안에 있는, 나라고 여겨져 왔던 이것이 내가 아니다 우주에서 먼지보다 작은 나란 관념 속의 상에 지나지 않으며 오감의 세계를 살면서도 감각을 벗어난 텅 빈 절대가 있음을 그동안 감각 안에서만 살아왔음을 문득 깨닫는 깨달음이 있다 입으로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고 외치면서도 오를 때 보지 못한 꽃 내려갈 때 보게 됨을 알지 못하는 정상에 올랐으면 다시 내려가야 함을 돈오에서 점오가 시작됨을 모르는 이가 많다 아무것도 아닌 동시에 모든 것인 절대가 있음이다

詩-깨달음 2022.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