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깨달음 262

아무것도 아닌 동시에 모든 것인

아무것도 아닌 동시에 모든 것인 / 신타 눈에 보이고 몸으로 느껴지는 이것이 내가 아닐 뿐이다 내 안에 있는, 나라고 여겨져 왔던 이것이 내가 아닐 뿐이다 우주에서 먼지보다 작은 나란 눈에 보이는 상에 지나지 않으며 오감의 세계를 살면서도 감각을 벗어난 텅 빈 내가 있음을 그동안 감각 안에서만 살아왔음을 문득 깨달아 깨달음이 시작되는 내가 있다 입으로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고 외치면서도 오를 때 보지 못한 꽃 내려갈 때 보게 됨을 알지 못하는 정상에 올랐으면 다시 내려가야 함을 돈오에서 점오가 시작됨을 모르는 이가 많다 아무것도 아닌 동시에 모든 것인 내가 있음이다

詩-깨달음 2022.09.10

사과의 윤회 輪廻

사과의 윤회 輪廻 / 신타 식탁 위에 놓인 생명 나무에서 떨어졌지만 살아 있다 내가 내 몸을 보고 느끼며 또 생각하듯이 사과 한 알 그도, 제 몸을 스스로 바라보고 느끼며 또 생각한다 사과가 썩는 것은 내 몸이 썩는 것, 파상풍이거나 암에 걸린 것이다 곧바로 죽는 게 아니므로 시름시름 앓다가 병이 씨앗까지 퍼졌을 때 사과 한 알은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생명은 여전히 남아 또 다른 사과의 씨앗 속으로 들어간다 씨앗을 여물게 하고 과육을 살찌우게 하며 또다시 나무에서 떨어진다 식탁 위에 놓여 해체되거나 아니면 땅속에서 몸을 푼다 모천을 찾아 알을 낳는 연어처럼 모토 母土에서 새끼를 낳고는 스스로 어린 것의 거름이 된다 몸이 아닌 생명을 이어받은, 어린싹은 어느덧 나무가 되고 암수가 하나 되..

詩-깨달음 2022.09.06

신의 사랑을 깨닫자

신의 사랑을 깨닫자 / 신타 눈에 보이는 바깥 어디에 심판자가 있고 지옥이 있지 않으며 내가 바로 심판자이자 내 안에 지옥이 있다 심판자가 되어보고 지옥을 겪어보아야 비로소 신의 사랑을 깨닫게 되고 내 안에 천국이 있음 또한 깨닫게 되나니 스스로 자신을 심판하고 지옥과 같은 고통 맛보아야 신의 사랑 깨달을 수 있으며 평안과 기쁨 느끼게도 되나니 지금 여기서 멈추지 말자 내 안의 천국이 바로 저긴데 천국 앞에 있는 지옥에서 멈추지 말자 태양이 뜨기 직전의 어둠일 뿐이나니

詩-깨달음 2022.08.02

고정관념

고정관념 / 신타 깨닫는다는 건 내려놓는다는 건 내 안에 이미 있는 걸 문득 깨달아 내려놓는 것 아무것도 없는 내가 서 있는 여기 무엇도 필요치 않음을 점차 깨달아 알게 되는 것 진정한 출가(出家)란 집을 나서는 여행이 아니라 마음속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일 여행과 수행조차 관념을 내려놓는 방편 어려서부터 애써 쌓았던 만큼 나이 들어가면서 허물어야 할 성 성벽 위에서 자랑스레 내려다볼 일 아닌 벽돌 하나하나씩 다시 쌓아야 할 고정관념 아무것도 없는 여기에서 모든 게 생겨나는 것임을 아는 깨달음과 믿음 속에서 언제라도 창조의 세상을 열어가는 풍요와 자유

詩-깨달음 2022.07.05

날마다 오늘

날마다 오늘 / 신타 파랗게 갠 하늘처럼 지평선이 보이는 땅처럼 날마다 오늘이 펼쳐져 있습니다 기억 속 오늘을 어제라 하고 상상 속 오늘을 내일이라 할 뿐 몸뚱이가 있던 없던 오늘뿐입니다 현재 속에 미래와 과거 모두가 함께 엉켜있습니다 무엇을 보느냐에 달린 일입니다 '두드리면 열릴 것이요' 바이블에 나와 있는 구절처럼 무엇을 상상하느냐에 달린 일입니다 미래와 과거를 현재에서 사는 것입니다 떨어져 있지 않으며 지금 바로 여기

詩-깨달음 2022.07.01

수수께끼

수수께끼 / 신타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닭은 혼자서도 알을 낳지만 달걀은 스스로 부화할 수 없다 빛이 먼저일까 어둠이 먼저일까 빛은 어둠을 만들고 없앨 수 있지만 어둠은 빛을 만들 수도 없앨 수도 없다 무한과 유한 중에 무엇이 먼저일까 유한은 무한을 담을 수 없으므로 무한이 먼저임은 당연한 논리 없음과 있음 중에 무엇이 먼저일까 있음이란 곧 유한을 나타내며 없음이 곧 무한 아니던가 없음(無)이라는 닭이 있음(有)이라는 달걀을 낳는다

詩-깨달음 2022.06.24

깨고 싶지 않은 꿈

깨고 싶지 않은 꿈 / 신타 잠자리에서 오전 내내 휴대폰 붙들고 있던 어느 날 죽고 싶지 않은 이유가 떠올랐다 남들 앞에서 뽐내고 싶었다 잘난 낯 한 번쯤 내세우고 싶어 지금 죽는다는 게 영 내키지 않았다 어리석게도 어리석게도 나이 들어서도 나이 들어서도 무얼 더 뽐내고 내세우려 하는 걸까 부러운 모습 내가 이미 가진 것임을 빛나는 그가 바로 나 자신임을 여전히 알 듯 모를 듯하다 종교 경전이 진리인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진리라고 믿는 것이듯 잘남도 못남도 밖이 아니라 내 안의 믿음 남에게 내세우지 않아도 누구나 잘났음을 문득 깨닫는다 삶과 죽음조차 깨고 싶지 않은 꿈일 뿐

詩-깨달음 2022.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