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깨달음 285

당신의 의지

당신의 의지 / 김신타 모든 일은 나의 의지와 나의 몸을 통해서 행해지지만 실은 당신의 의지로 인한 것입니다 고로 모든 일은 당신 덕분이며 또한 당신 탓이기도 합니다 존재하는 건 나를 비롯한 모두와 함께하는 당신뿐이니까요 고로 지금은 좋지 않은 일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모두에게 좋은 일로 새롭게 느껴질 수도 있음입니다 그때가 되면 마음속에서 당신 탓이었던 일이 당신 덕분에 일어난 일로 바뀌는 기쁨 분명 넘칠 것입니다 당신의 의지는 사랑을 벗어날 수 없으며 나는 기꺼이 당신의 의지를 따를 것이므로 내가 애써 지상에 다시 태어난 이유 당신의 의지로 인한 사랑을 마음속에서의 생각만이 아니라 몸을 통해 실천해 보기 위함이기에

詩-깨달음 2024.10.24

믿음과 소망을 양 손에

믿음과 소망을 양 손에 / 김신타 소망을 갖기는 비교적 쉬우나 믿음을 갖기란 결코 쉽지 않다 믿음이란 내려놓음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나를 내려놓지 못했을 때 믿음은 생각의 소유일 뿐 내 것이 아니다 생각이란 판단이거나 분별인 반면 믿음은 나라는 게 없는 무아이기 때문이다 나라는 게 없다는 뜻이라기보다는 믿을 대상이 없음이 곧 무아이다 나라는 건 현실에 있는 있음이 아니라 다름 아닌 내면에 있는 있음이기에 내면이란 무형의 있음을 뜻한다 유형의 있음도 아니고 무형의 없음도 아닌 보이지도 않고 느껴지지도 않는 무형의 있음이다 보이지 않는 내가 있음이 이제는 답답함이 아닌 함께함으로 몸 마음과 함께하면서도 전체와 함께하는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믿음과 소망을 양손에 쥔 채 사랑의 길을 걸어가고자 한다 믿음과 소망과..

詩-깨달음 2024.10.23

분꽃이라는 이름

분꽃이라는 이름 / 김신타 낮 동안은 입 다물고 있다가 어둠과 무언의 대화 나누는 침묵의 긴 꽃대궁 분꽃처럼 이름이 없다면 우리는 시간의 대부분을 대화가 아닌 묵언수행으로 보내야 하리라 이름이 그인 것도 아닌데 이름 때문에 우리가 그의 참모습 알지 못한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기도 한다 몸 마음과 우리 자신을 일심동체로 생각하는 것은 이름 때문이 아니라 무명 無明을 벗지 못한 탓이며 몸 마음과 나, 잠시 함께하지만 눈에 보이는 몸이나 몸으로 느껴지는 마음은 내가 아니라 대상일 뿐이다 나는 오감으로 지각되지 않는 생각으로 인식되는 주체이며 신과 함께하는 영원함이므로

詩-깨달음 2024.10.23

실재

실재 / 김신타 겉으로 보이는 모든 것들의 속에 있는, 껍데기와 알맹이처럼 가을날 씨앗주머니와 씨앗처럼 함께하면서도 하나의 운명이 아닌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영원할 것으로 순간순간 착각하게 되는 우리는 자신에 대한 모든 기억을 스스로 지워버린 채 태어났다 자신이라는 보물을 찾는 보물찾기 놀이를 하기 위하여 그래서 스스로 자신을 알지 못한다 알맹이인지 껍데기인지 씨앗인지 씨앗주머니인지 껍데기나 주머니가 아닌 속에 있는 씨앗이기는 하지만 눈에 보이는 봉선화 씨앗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실재이다 보이는 실상은 언젠가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 실재만이 영원한데 실상으로서 자신이 영원하기를 어리석은 꿈 여전히 꾸고 있다 보이는 실상은 반드시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 실재가 곧 영원한 우리 자신의 모습임에도

詩-깨달음 2024.10.15

부끄럽지도, 부끄럽지 않지도 않은

부끄럽지도, 부끄럽지 않지도 않은 / 김신타 지금보다 삼사십 년 젊어서는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한다고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삶이라고 무던히도 거듭거듭 생각했으나 이제는 부끄럽지도 부끄럽지 않지도 않은 삶이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하는 마음이면서도 또한 보람 있는 삶이고 싶다 무표정한 걸음이지만 만나는 사람을 향해 웃음 띤 얼굴에 흰 구름처럼 떠 있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천사의 날개이고 싶다 이제는 젊었을 때처럼 생각 속에서조차 '나와 남'이 있고 내면에서조차 '나와 너'가 있는 나뭇잎처럼 매달린 삶이 되고 싶지 않다 부끄럽지도 않고 부끄럽지 않지도 않지만 죽음과도 같이 나만을 걱정하는 관 속에 갇혀 있는 삶이 되고 싶지 않다 혼자 있을 때는 아무런 두려움 없이 우리 모두가 하나라는 마음이 되자..

詩-깨달음 2024.10.10

알 수 없는 당신

알 수 없는 당신 / 김신타 내가 알고 있는 것 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내가 알 수 없다는 사실과 이러한 사실에 대한 앎 또는 자각 이어서 떠오른 앎인 알 수 없는 당신과 나는 같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 설사 당신이 나를 안다 해도 내가 당신을 모르는데 어찌 당신과 내가 다를 수 있으랴 구별과 경계도 시야가 확실할 때 얘기지 오리무중 五里霧中일 때는 모두가 하나일 뿐 고로 잠잘 때나 깨어있을 때나 몸으로 있을 때나 벗어났을 때나 나는 당신 안에서 살아있을 뿐이다 알 수 없는 당신이기에 알 수 없으므로 우리는 모두 하나일 뿐이기에

詩-깨달음 2023.11.30

무위 無爲가 되라

무위 無爲가 되라 / 김신타 신념에서 확신으로 가지 말고 신념을 지나 무위 無爲로 갈 일이다 나와 다른 것은 틀린 것이라는 확신이 아니라 다를지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무위에 설 일이다 무위에 서 있다고 해서 내면에 있는 신념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다만 모든 것을 포용하게 되는 긍정적인 힘을 가지게 될 뿐이다 긍정이라는 게 내 신념을 버리고 타인의 신념에 끌려가는 게 아니라 바다나 강이 강물이나 냇물을 품는 것처럼 내 신념 안에 타인의 신념을 품는 것이다 타인의 신념을 배척하는 확신이 아니라 타인의 신념조차 받아들이는 무위가 되는 것 비록 얼마간 시간이 걸릴지라도 받아들임이 바로 내면의 힘이다 평생이라는 시간이 걸릴지라도 받아들임이 곧 나를 찾는 길이다

詩-깨달음 2023.09.21

빈 거울

빈 거울 / 김신타 거울 안에 모든 게 담겨 있다 텅 빈 거기에 모든 것이 있다 눈에 보이는 것도 보이지 않는 것도 신 또는 우주가 곧 거울이다 모든 것을 담아 비추는 거울 내가 바라는 것도 바라지 않는 것도 필요한 것은 행복이 아니라 깨달음이며 부족한 것은 물질이 아니라 믿음이나니 행복은 깨달음으로 느낄 수 있으며 물질은 믿음에 찬 생각이 창조한다 빈 거울 안에 내가 있다 빈 거울 안에 신이 있다 거울을 바라보며 오늘도 나는 당신의 사랑을 다시 떠올린다

詩-깨달음 2023.08.06

당신의 품

당신의 품 / 김신타 나를 버리겠나이다 내가 옳다는 또는 내가 옳지 않다는 내 생각이 맞다는 내 생각이 맞지 않다는 내 주장을 버리겠나이다 나를 맡기겠나이다 내 생각과 내 주장이 옳다는 내 안에 있는 믿음을 버리겠나이다 당신의 품에 나를 맡기겠나이다 내 믿음이 아니라 당신의 말씀을 택하겠나이다 내 선택을 버리겠나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쌓아온 살아오면서 고르고 고른 내 선택과 믿음을 버리겠나이다 내 생각과 믿음을 버리고 당신의 말씀을 따르겠나이다 어둠에 물든 별빛처럼 내 안에 스며드는 당신의 말씀 당신을 받아들이겠나이다 내가 쌓아온 생각과 믿음이 아닌 바람처럼 스치는 당신의 말씀을 내 안에서 받아들이겠나이다 내 생각과 믿음 버린다고 해서 내가 없어지는 게 아니며 외려 당신과 하나 되는 길입니다 당신과 하나가 ..

詩-깨달음 2023.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