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깨달음 287

당신의 품

당신의 품 / 김신타 나를 버리겠나이다 내가 옳다는 또는 내가 옳지 않다는 내 생각이 맞다는 내 생각이 맞지 않다는 내 주장을 버리겠나이다 나를 맡기겠나이다 내 생각과 내 주장이 옳다는 내 안에 있는 믿음을 버리겠나이다 당신의 품에 나를 맡기겠나이다 내 믿음이 아니라 당신의 말씀을 택하겠나이다 내 선택을 버리겠나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쌓아온 살아오면서 고르고 고른 내 선택과 믿음을 버리겠나이다 내 생각과 믿음을 버리고 당신의 말씀을 따르겠나이다 어둠에 물든 별빛처럼 내 안에 스며드는 당신의 말씀 당신을 받아들이겠나이다 내가 쌓아온 생각과 믿음이 아닌 바람처럼 스치는 당신의 말씀을 내 안에서 받아들이겠나이다 내 생각과 믿음 버린다고 해서 내가 없어지는 게 아니며 외려 당신과 하나 되는 길입니다 당신과 하나가 ..

詩-깨달음 2023.06.04

나는

나는 / 김신타 지금의 나만이 아닌 기억 속 모든 나가 합쳐진 그게 바로 나이면서도 나는 언제나 지금 나일 뿐이다 지금이 아닌 나란 없다 지금이란 잡을 수 없기에 나는 그릴 수 없는 없음(無) 아무것도 없음인 나를 기억 속의 나이거나 눈에 보이는 몸으로 착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없으면서도 결코 없을 수 없는 존재 나는 보이지 않으면서도 있을 수밖에 없는 존재 나는, 또는 나라는 것은 기억된 모든 것이면서도 낱낱의 기억은 허상일 뿐 나는 언제나 지금 여기 존재하는

詩-깨달음 2023.05.21

지금 이 모습

지금 이 모습 / 김신타 나는 지금 이 모습으로 살아있으나 어떠한 모습을 가진 무엇이 아니라 아무런 형상이 없는 존재일 뿐이다 없음의 있음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모습은 오감에 의한 환상일 뿐이며 때가 되면 스러지는 허상인 것이다 그러나 환상 또한 아름다운 삶이고 환상이기에 더욱 아름다울 수 있다 모습이야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그러한 내가 여기 이렇게 존재한다 지금 이 모습이 아니어도 영원하며 어디 있을지라도 지금 여기일 뿐인

詩-깨달음 2023.03.30

차창 밖 세상

차창 밖 세상 / 김신타 바로 코 앞에 닥친 일을 멀리서 바라볼 때처럼 대할 수 있을까 스쳐 지나가면서 보이는 풍경 멈추어 서 있을 때에도 똑같이 보일까 너무나도 멀리 있는 듯한 당신 내 안에 있음을 나는 믿을 수 있을까 시각과 청각 등 오감이 없다면 세상도 현실도 있을 수 없음을, 지구를 포함한 우주란 오감의 산물이며 오감에 의해 창조된 세상임을 나는 이제 안다 오감 안에서는 모든 게 현실이지만 오감을 벗어나면 아무것도 없는 아무것도 없음, 그것만이 오로지 실재함을 나는 지금 여기쯤에서 깨닫는다 오감 안에서의 삶과 더불어 오감을 벗어난 삶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아침과 저녁, 낮과 밤 사이를 날마다 흐르는 태양을 지켜보면서도 우리는 지구가 돈다는 사실 믿음을 넘어 앎을 갖고 있지 않은가 나는 지금 가만히 ..

詩-깨달음 2023.03.04

신의 이름

신의 이름 / 김신타 개체라는 건 오감으로 감각되나 감각이란 허상에 지나지 않으며 감각되지 않는 전체가 실체이다 나의 안과 겉과 밖이 모두 신이다 고로 신이라는 건 전체를 뜻하며 신이 바로 나이고 내가 곧 신이다 개성 또는 개체로서의 나라는 건 물에 비친 그림자 같은 허상일 뿐 오직 전체로서의 내가 존재한다 나란 지금 눈에 보이는 내가 아닌 감각되지 않는 전체를 말하는 것 즉 신의 이름이 바로 '나'인 것이다

詩-깨달음 2023.02.14

고요함의 목소리

고요함의 목소리 / 김신타 ㅅ으로 시작하는 사전에는 사랑과 시 그리고 생각 술과 삶이 사탕처럼 수북하다 시작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살다 보니 언젠가 내 삶에도 사랑의 감정과 시가 나타났고 생각하는 게 늘 좋았으며 술을 즐기게 되었고 삶에서 두려움이 사라졌다 철밥통이라는 공무원 생활도 낙엽처럼 흔들릴 때가 있었으며 어쩌다 술을 마시면 이내 잠들었다 십수 년 후 혼자 읽으며 눈물 흘렸던 친구가 보여준 신문에 난 시조차 그냥 무덤덤한 글로 보였다 사람과 동물 식물과 사물에 대한 감정도 그저 피할 수 없는 대상이었을 뿐 땡볕에도 노을이 물들기 시작했다 사랑이라는 만남과 이별이 있었으며 그때마다 시가 움텄고 어느 해 문득 봄이 느껴졌으며 먼발치서 아카시아 향기가 날아왔다 술을 마시면 시가 활활 타올랐고 삶조차도 ..

詩-깨달음 2023.01.03

당신의 뜻이라면

당신의 뜻이라면 / 김신타 내 뜻이 아니라 나만의 뜻이 아니라 전체의 뜻이라면 온 우주의 뜻이라면 당신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내 몸 안에 있는 세포가 제 뜻만을 고집하여 종기로 도드라지고 종양으로 번져나간다면 나는 그곳을 도려낼 것입니다 그들의 세력이 점점 커져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때 나는 내게서 모든 세포를 정리할 것입니다 이제부터 그들과 나는 서로 다른 길로 접어들겠지요 그들은 또 다른 세포의 길로 갈 것이며 나는 세포가 필요 없는 곳으로 갈 것입니다 그들은 여전히 이곳에 머물 것이며 나는 보이지 않는 세계로 떠나갑니다 다시 돌아오고 싶을 수 있겠지만 고름과 암세포의 모습에서부터 또 다른 형태로 변신하는 여행도 좋지만 나는 이제 그만 몸에 순응하고자 합니다 나만의 개성보다는 당신의 뜻에 따르고자 ..

詩-깨달음 2023.01.02

저마다 세상에서

저마다 세상에서 / 신타 저마다 '나'를 빼낸다면 세상에 남는 게 무엇일까 세상을 나 혼자 살 수 없듯 무엇도 나를 벗어날 수 없다 세상과 삶이 바로 나이며 내가 곧 세상이자 삶이기 때문이다 우리 저마다의 삶은 나 아닌 게 없는 세상 저마다의 삶 안에서 서로 배역을 바꾸는 것이며 누구나 저마다의 세상을 몸과 마음, 영혼으로 살고 있음이다 태양이 도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지구가 도는 것이듯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일 뿐 우리는 모두 신이자 하나이다 몸이 아니라 내면으로서 하나인

詩-깨달음 2022.11.19